남북한 정부는 7일 오후 개성공단을 놓고 긴박하게 보냈다. 우리 정부가 폐쇄 수순에 따른 조치를 발표하고 한 시간 반이 지나 북한은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늘 엎치락뒤치락하며 벼랑 끝까지 가는 남북 협상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폐쇄 사태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지만 남북 경제협력 상징까지 협상 전술에 이용하는 북한 태도도 확인한 셈이어서 씁쓸함을 남겼다.
정부는 109개 개성공단 기업이 신청한 2809억원의 경제협력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보험금 지급이란 입주 기업 처분권을 정부가 갖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입주 기업의 영업 손실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 입주 기업에 개성공단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라는 메시지다.
논란이 없지 않지만 불가피한 조치다. 입주 기업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북한의 성의 없는 대응이 결정적이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회담 제의에 열흘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후통첩까지 보냈는데 이렇다면 우리 정부도 수순대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러자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제7차 실무회담을 14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남북 협상의 최대 쟁점인 재발 방지책도 양보할 뜻을 내비쳤다. 뒤늦게나마 이러한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 압박 이전에 밝힐 수 없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성공단은 우리 산업계에 중요하다. 입주 기업뿐만 아니라 동남아로 생산 공장을 옮겨도 경쟁력을 잃을 일밖에 없는 수출 기업에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우리보다 북한에 더욱 중요하다. 경제 도약을 꾀하려는 북한 미래가 걸린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협상용으로 일부러 답변을 늦춰왔다면 정말 멍청한 짓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 발표 직후에야 회담 재개를 제안한 것이 이런 의심을 더욱 짙게 한다.
어쨌든 파국을 면할 길이 생겼다. 북한이 변화를 보인 만큼 우리 정부는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더 이상 흥정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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