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경제 전문가들이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빗대 풍자한 김광석 노래의 가사 일부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3일 발표한 금융 감독 체계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권과 학계는 물론 최종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회 반응도 혀를 차는 분위기다.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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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소비자 권익을 위해 최첨단 안전장치를 수 십 가지 탑재한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정착 이를 지탱할 바퀴가 중심을 못 잡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앞바퀴와 뒷바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뒤틀어져 있다. 두 바퀴가 굴러갈 턱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엉성하고 허술한 금융 감독 체계에 끊임없이 비판을 제기해왔다. 금융자본 통제의 의무는 져버리고, 금융 탐욕에 눈감았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금융 감독 기능의 효율화 문제가 또 다시 제기됐고 결과는 금융 산업을 이끄는 금융위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막을 내렸다.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당초 원안은 실종됐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의 독립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소비자 권익을 향상시키자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방법과 내용이 문제다.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급감한 금융시장은 이번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두고 `대재앙`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투톱 관리 체제에서 이제 금소원까지 가세하니 그야말로 삼중고다.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자는 것이 아니다. 선진화라는 의미는 통상 문물의 발전 단계나 진보정도가 다른 것보다 앞서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개편은 금융감독원을 두 곳으로 쪼갠 것 외엔 그 어떤 진보를 찾아볼 수 없다. 금융당국 공무원도 금감원과 금소원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저축은행 업무를 예로 들어보자. 영업규제와 법 개정을 금감원과 금소원이 둘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영업규제는 금소원이 하고 관련 규정을 뜯어고치는 일은 금감원이 다룬다.

업무 중복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금소원 독립에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든다고 한다. 서민 주머니에서 돈을 걷을 수밖에 없다. 개편이 그나마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간 오랜 불통 체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미 두 기관은 견원지간으로 불릴 만큼 정보 공유가 안 된다. 일각에서는 금소원 설립도 두 기관의 힘겨루기 결과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실익은 없고 명분만 존재한다는 비판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 정책과 금융감독 분리라는 대원칙을 지금부터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바로 세워야 한다. 두 바퀴만으로 서민 자동차는 굴러갈 수 없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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