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콘텐츠가 만든다]제도·환경 토양 바꿔야 산업 꽃핀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다만 문화산업을 잘 뒷받침하는 제도와 환경이 창조경제의 원조국가로서 영국을 조명 받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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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문화미디어창조산업과 교수는 영국이 창조산업의 모범으로 부상한 것에 대해 그간 영국 정부와 사회가 함께 제도·환경 변화를 이끈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지난 1990년대 이전부터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산업은 침체하고 심각한 실업률에 직면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문화콘텐츠를 산업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 교수는 영국의 공영방송 채널4를 예로 거론하면서 “채널4가 모든 방송 프로그램을 완전 외주제작으로 바꾸면서 외주제작 시장 규모가 커지고 방송 콘텐츠는 산업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BBC 역시 방송의 30%~50%를 소규모 독립 프로덕션에서 구매해 산업 활성화에 일조한다.

이 교수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고급학교 과정도 영국의 창조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들이 실무를 겸비한 교육을 하면서 즉시 활용 가능한 융합형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이러한 교육환경은 프랑스·이탈리아 등지에서도 입학을 위해 영국을 찾을 만큼 창조교육의 허브로 만든 기반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5년간 영국의 창조산업은 연평균 성장률 3.2%로 다른 EU 국가(2%) 대비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최대 콘텐츠 시장인 영어권 국가라는 점은 `득이자 실`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영국은 영어권 국가여서 최대 콘텐츠 시장인 미국 수출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두뇌 유출`이라는 부정적인 면도 있어 국가적으로는 큰 이득이 없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교수는 “최근 자존심이 높은 영국과 유럽까지 K팝과 드라마가 인기를 끈 것은 고무적”이라며 “기업 환경이 개선되면 해외시장에서 성과도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