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창조경제를 표방한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쩍 많이 들리는 말이다.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우리 경제·사회에 대한 반성이 비로소 시작됐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창업 분야에 긍정적으로 회자된다. 돈과 열정을 투입했는데 한 번만 실패해도 가정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창업 현실이다. `반드시 성공해야지, 실패하면 죽는다`는 지나친 강박관념이 가뜩이나 변질된 창업 환경과 벤처 시장을 더 왜곡시킨다. 정부가 연대 보증제 폐지를 비롯해 창업 재도전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실패 용인이 창업보다 더 절실한 분야가 있다. 연구개발(R&D)이다. 특히 세금이 들어간 국가 R&D다. 국가 R&D 성공률은 2011년에 98.1%에 달했다. `정말 잘했구나` 칭찬해야 할 결과처럼 보인다. 사실은 정반대다. 워낙 실패에 엄격하다 보니 성공을 보장한 고만고만한 과제만 수행한 결과일 따름이다. 이렇다 보니 정작 우리 산업계에 필요한 R&D가 없다. 기술이전 비율이 고작 5~6%라는 게 뭘 뜻하겠는가.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를 확 뜯어고치기로 했다. 국가 R&D사업에 참여했다 실패해도 재도전할 길을 여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다음 달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 상정한다. 실패하거나 중단할 때 3년간 새 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출연금도 전액 반환하는 현행 규정을 손본다.
가뜩이나 국가 R&D 사업을 둘러싼 비리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실패 용인이 여기에 자칫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걱정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R&D 참여자 외엔 산업과 사회에 하나도 도움 안 되는 성공 과제보다 더 큰 성공을 위한 실패 과제 하나가 전체로 보면 더 이익이다. 이러한 인식이 뿌리를 내릴 때 국가 R&D 사업은 창의와 혁신이 넘친다. 이 자체로 절반의 성공이다. 비리 소지를 없애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정부는 실패라고 해도 다음 성공을 향한 의미 있는 도전이라면 적극 껴안겠다고 선언했다. 국가 R&D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이 도전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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