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4 케이스, `메이드 인 차이나` 쓴다

삼성전자가 중국업체로부터 갤럭시S4용 케이스를 조달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케이스를 중국기업에서 공급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스마트폰용 멀티증착 수요가 늘어난 반면에 협력사 공급능력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중국 협력사를 발굴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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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S4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근 중국 사출업체 자누스와 치팅을 1차 벤더로 승인하고, 멀티증착 기술이 적용된 갤럭시S4용 케이스를 공급받고 있다. 또 추가로 중국업체 한두 곳을 1차 벤더로 등록하기 위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중국 케이스 협력사를 찾아 나선 것은 국내 협력사의 멀티증착 생산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멀티증착은 사출물에 전자빔·스퍼터링·증발건조 등 후가공 처리를 가미해 독특한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을 구현한 기술이다. 멀티증착 생산능력을 갖추려면 일반 케이스 가공에 비해 훨씬 정교한 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대규모 설비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국내 사출업체 가운데 멀티증착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설비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투자 여력이 적은 국내 협력사보다 중국업체를 활용해 멀티증착 케이스를 공급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멀티증착 기술이 중국으로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멀티증착 기술은 디자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생산 수율을 확보하기 어렵고, 여러 요소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3 페블 블루 모델에 멀티증착 케이스를 시도했지만 수율 악화로 수십만대의 불량품을 폐기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술 유출을 감수하더라도 중국 벤더를 확보해 멀티증착 케이스 공급부족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멀티증착 기술이 중국 협력사에 흘러가면 ZTE·화웨이 등 스마트폰업체도 이른 시일 안에 디자인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중국산 부품을 거의 쓰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방향을 틀었다. 휴대폰 자체 생산 방침을 바꿔 카이파·HEG·BYD 등 중국 전자제품 제조전문기업(EMS)에 피처폰 외주 생산을 맡겼다. 삼성전자 20년 휴대폰 역사에서 완제품 외주 생산을 맡긴 것 역시 처음이다. 중국의 세 회사는 삼성 브랜드로 올해 약 60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삼성전자 전체 피처폰 생산 물량의 30~40% 수준이다.

케이스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부품 현지 조달 비중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일부 회로부품을 제외하면 중국업체들도 품질 수준이 상당히 올라왔다”며 “품질과 납기만 대응할 수 있다면 현지 조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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