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하철을 타면 신문을 보는 사람은 찾아보기 드물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드라마도 보고 게임도 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다. 일상에서 은행업무, 각종 예약과 쇼핑, 미디어 감상 등 많은 부분을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듯이 정보통신기술(ICT)은 어느덧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ICT를 입히지 않는 산업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로 보편화되어 ICT가 우리 삶의 진화를 주도한다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또 현실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 해결도 IT, 과학기술과 연관되어 있어 산업 분야 차원을 넘어 국가 운명과도 직결될 만큼 중요성과 비중이 확대됐다.
현 정부가 주력하는 창조경제는 창의와 산업 간 융합으로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고 IT SW 지식과 제조업 간 융합으로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과학기술의 융합과 산업화로 새로운 수요와 시장,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 국가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고 그 실제적인 구현으로 창업을 가장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기준 OECD 34개국 중 30위에 그칠 정도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벤처와 중소기업이 다수인 ICT기업은 상대적으로 시장과 환경 대응능력이 떨어지고 산업 경쟁력도 뒤처져 있다. 이 때문에 여성 IT기업의 연대와 협력 모색이 더 절실하다. 한국여성벤처협회 산하에도 IT산업위원회가 발족해 보안, SW, 로봇 등 다양한 IT융합산업 분야 회원사가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함께 사업의 고충을 토로하며 정보를 나눔으로써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해야 할 지원정책 등의 고민을 공유하고 서로의 성장을 돕고 있다.
현재 산업구조와 경제환경 변화로 여성 경제활동에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또 여성 특유의 감성과 직관 등 강점을 살린 여성 창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의 활발한 창업과 경제활동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이제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
여성기업의 증가는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여성기업이 고용한 여성 인력 비율이 남성기업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 여성 고용 창출의 원천이 되고 있다. 또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 성공적인 여성기업인은 후배 여성에게 열정과 용기, 도전의식을 일깨워주는 역할모델이 될 뿐 아니라 여성의 경영활동에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나도 여성 CEO로서 오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경력 단절이 생겼을 때 좁아진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기보다 창업을 먼저 고려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취약하고, CEO로서의 리스크 부담과 실패에 두려움이 컸다. 창업하고 싶다고 가슴 뛰게 만드는 성공 모델도 없었기에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다. 또 일과 가사, 양육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도 마음을 무겁게 하며 창업을 망설이게 했다. 창업 이후에도 늘 현실적으로 따라다녔던 부담이다.
다행히 내가 창업한 이후로 여성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도 많아지고 관련 법규와 지원 제도가 확충되는 등 점차 여성 창업에 고무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모두 과거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갈 길이 먼 작은 회사 사장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그동안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주었던 선후배 여성기업인에게 감사하며 지금도 땀과 눈물로 신화를 만들어가는 많은 여성기업인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보다 많은 여성기업인의 성공모델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과 성장을 꿈꾸며 나 또한 그들의 울타리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천문숙 로보젠 대표(여성벤처협회 IT분과위원장) imjoan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