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얼굴을 마구 찌그러뜨린 우스꽝스러운 사진이 벽면에 잔뜩 붙어 있다. 사무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세련되고 큰 건물만 가득찬 실리콘밸리에는 없는 것이 이 곳엔 있죠”. 모바일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기업 `어스투(Ustwo)` 창업자 매트 밀러(Matt Miller) CEO는 오렌지색 뿔테안경을 머리 위에 걸쳤다. 한 눈에 봐도 괴짜다. 이내 동네 자랑을 늘어놓는다.

밀러 CEO는 이곳 영국 런던 소재 IT 클러스터 `테크시티(Tech City)`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어스투를 창업했다. 9년이 된 올해 어느덧 직원 수가 150여명을 넘어섰다. JP모건과 소니·삼성을 비롯한 세계 유수 금융·전자 기업에 모바일·PC 앱을 개발해 공급한다.
밀러 CEO는 “길만 건너면 곧바로 소통할 수 있는 기업이 잔뜩 있는 이곳은 비정상 구역(Crazy Area)”이라며 “늦은 밤까지 일하지 않지만 열정은 넘치는 곳”이라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소통과 열정의 방식이 넘친다는 설명이다.
어스투를 포함한 1300여개 기업이 자리한 테크시티는 영국 IT 스타트업의 요람이다. 영국 정부는 IT 기업을 위한 세제 혜택과 함께 IT 산업 부흥의 거점으로서 테크시티를 육성 중이다. 일환으로 약 20개 한국 모바일·게임·콘텐츠 대·중소기업을 직접 초청해 12일 수십 개 영국 기업과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아드리언 티퍼(Adrian Tipper) 영국무역투자청(UKTI) 수석 비즈니스개발 담당은 “주말만 되면 근처 공터에서 누구든 참여하는 개방된 파티를 즐기는 이들 테크시티 기업들의 네트워킹은 자연스럽고 즐겁다”고 표현했다.
다양한 업종 간 융합이 창의적인 기업 환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테크시티의 철학이다. 길거리엔 마치 상점처럼 보이는 IT 기업들 사이에 레스토랑과 바가 있다. 광고, 음식점, 제조, 디자인, 주점 등 다양한 업종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클러스터를 이뤘다. 재미있는 것은 건물 안 사람들이 `돈 벌기`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데 몰두해 있다.
밀러 CEO는 “퇴근 시간 이후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은 질색”이라며 “절대 야근하지 말고 가족과 함께 지내거나 파티에 가라고 한다”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런던(영국)=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