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정홍원 총리와 ICT

지난달 이맘때쯤 정홍원 국무총리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를 방문했다. 당시 정 총리는 ETRI가 개발하고 있는 첨단 해킹방지 장비 `세이프 네트워크`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해상 선박 상태를 육상에서 확인 및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선박` 이야기를 듣고는 “창조경제 표본”이라며 “국민에 잘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ICT를 잘 몰랐던 그는 ETRI 방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첫 총리인 그는 44년생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70세다. ICT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세대다. 실제 그는 스마트폰은 사용하지만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하지 않는다. 40년간 법조계에 몸담은 그는 검사 시절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기 사건, 대도 조세형 탈주 사건 등을 다루며 특수 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대검 중수부 과장 시절인 1991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커를 적발했다. 이력과 경력만 보면 그는 ICT 전문가가 아니다. 그런 그가 ICT업계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ICT특별법에 따라 신설될 위원회는 ICT 분야 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최고기구다. 정 총리는 국가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도 며칠 전 맡았다. 그에게 박근혜정부 상징과 같은 이 두 조직의 수장을 맡긴 건 전문성 때문이 아니라 부처 간 이해를 잘 조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는 뜻이다.

물론 ICT와 과학기술을 잘 모른다고 좋은 정책을 펴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해당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보통 총리는 얼굴마담으로 불린다. 대통령을 대신해 할 일은 많지만 권한은 적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지렛대 역할을 할 ICT와 과학기술 정책에 필요한 건 얼굴마담이 아니다. 책임감을 갖고 부처 이해를 잘 조정해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조정의 리더십`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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