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주파수 경매' 스타트…정부 컨트롤 `포기` 논란

롱텀에벌루션(LTE) 광대역 주파수 할당이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동시 경매한 뒤 최고가 입찰자를 최종 낙찰하는 4안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1.8㎓ 인접대역이 포함된 할당안을 낙찰받으려는 KT와 이를 저지하려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연합군이 대결하는 구도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양쪽 모두 1조원 안팎의 입찰가를 제시해야 주파수 할당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주파수 고가 낙찰은 결국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높다. 정부가 통신사의 첨예한 대립에 눈치만 보며 시장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모두가 패배할 수밖에 없는 `머니게임`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비등하고 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자문위원회가 국민 편익과 주파수 효율을 고려해 (1.8㎓) KT 인접 블록인 D블록을 포함시키는 4안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큰 변수가 없는 이상 미래부는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4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1안과 3안을 동시에 경매하는 것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각사 견해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3사는 KT 인접대역 할당을 놓고 끝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래부는 KT 인접대역이 포함되지 않은 1안과 포함된 3안을 동시에 내놓고 사업자가 결정하도록 하는 `묘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시장의 머니게임으로 결정하도록 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동시 경매제는 가장 치열한 머니게임을 야기해 이기는 쪽이 과도한 낙찰가로 손해를 감수하는 승자의 저주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안이 최종 확정되면 정부 주파수 정책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장기적인 주파수 전략 없이 `땜질식` 할당을 하다 보니 통신사 전략에 가시성을 주지 못하고 소모적인 경쟁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최종 경매 방식이 알려진 직후 한 통신사 고위 간부는 “경매 참여를 비롯해 원점에서 모든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판”이라며 “할당안 후보를 복수로 제시한데다 결정 과정을 공개적으로 하지도 않아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이번 경매는 어느 쪽이든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고 누가 원하는 대로 되든 다른 사업자는 박탈이 심한 구조로 잘못 설계됐다”며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원칙만 강조하다 보니 결국 조정 기능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매 과열이 통신요금 인상 등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통신 3사가 서로 유리한 할당 방안에 고액을 베팅하면서 낙찰을 받으면 이를 회수하기 위해 통신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ISDI 등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장기 분할납부하는 주파수 대가 자체는 통신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주파수 대가를 기준으로 구축(할당대가 기준 통상 10배)-마케팅 비용(구축비용 기준 통상 10배)이 정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정적 요인`이 되지 못할 뿐 장기적으로 통신이용 요금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경매가 과도하게 올라가면 이로 인한 통신사 수익 악화와 소비자 요금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파수 경매가 예정대로 이달 내 공고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미방위 회의에서 “국가 공공재 할당이 물밑에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주파수 할당과 관련한 (추가) 상임위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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