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68>`개념임신클리닉`과 `개주소:개념주유소`

올더스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에 보면 첫 장에 `런던 중앙 인공 부화 및 조건반사 양육소`라는 간판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철저히 사전에 계획된 인공수정을 통해 사람이 탄생한다. 또 모든 인간은 사전에 결정된 계급에 맞게 양성된다. 신분에 따라 조건반사적으로 양육되며 자신에게 맡겨진 일 이외에는 할 수 없도록 엄격한 규제와 절차에 따라 움직인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 등으로 나뉘어 지적 활동에 종사할 사람은 처음부터 지식을 주입하고, 노동에 종사할 사람은 생각할 능력을 제거한다.

1932년에 발표돼 SF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20세기 기계 문명의 발달과 과학기술의 진보가 전체주의 사상과 밀착될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될 수 있는지를 희화적으로 묘사한다. 또 기술의 과도한 발전이 가져올 위험을 경고한다.

필자는 헉슬리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념 임신 클리닉`과 `개주소:개념주유소`를 차려, 우리 사회에 개념 없이 행동하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개념을 인공 수정시켜 임신을 유도하고 출산을 도와주고 주기적으로 개념을 주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념 임신 클리닉에서 현재 보유 중인 개념의 수준을 진단하고, 앞으로 출산할 개념의 성격과 종류를 결정한 다음, 개념 궁합 테스트를 거쳐 개념 임신을 유도한다. 가장 이상적인 개념 출산은 개념 자연분만이지만 대부분의 개념 없는 사람들은 개념 자연분만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개념을 습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개념 상실 증세를 보이는지를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각적인 노력을 해도 개념 임신이 되지 않을 때 차선책은 개주소에 가서 강제로 필요한 개념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개념 실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개주소에 들리지 않으면 생활 반경도 제한을 두는 등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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