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휴일을 잊은채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술사업화 활성화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23일인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KAIST 본관 1층 대회의실에서 출연연 기술사업화 현황 및 문제점을 살폈다. 개선방안을 내기 위한 난상토론도 주재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래부에서 이상목 제1차관과 양성광 미래선도연구실장, 용홍택 연구공동체정책관이 참석했다. 출연연에서는 원자력연·생기원·에기연·표준연·기계연·기초연·화학연·생명연·KISTI 기관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는 업체대표를 포함해 모두 60여명이다.
최 장관과 이 제1차관은 몇 주째 일요일을 반납하고 업무를 챙기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나경환 생기원장과 황주호 에기연원장, 강대임 표준연 원장이 나서 기술사업화 현황과 문제점 등에 관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들은 출연연 문제점으로 보유 특허의 시장성 미흡, 기술 완성도 부족, 연구원이 사업화보다는 과제수주나 특허, 논문 등의 개인 평가지표에만 관심을 갖거나 사업화 경험 및 인력 부족, 원천기술과 실용화 기술간 갭, 중소기업의 대기업 판매 및 마케팅 문제, 첨단의료측정기기의 신기술 인증 문제, 기술담보 대출 요건 완화 등을 거론했다.
생기원은 연구부문과 실용화 부문 정규직 비율이 지난 2009년 48 대 52에서 2010년 55 대 45로 뒤집어진 이후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기술이전조직(TLO)의 비정규직 비율은 산업기술연구회 전체 평균으로 봤을 때 61%다.
출연연 발전전략 TF-3 발표에서는 전호일 생기원 기술정책실장이 기술사업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그동안 공급자 중심으로 형성돼온 기술사업화 전략을 과감하게 수요자 중심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를 시행하면 연구자 능력과 기획 및 평가 시스템 등 모든 걸 전면 재점검해야 하는 숙제가 뒤따른다.
또 기획부터 기초·원천 연구와 실용화 연구, 제조 및 판매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라인업 체제 구축방안도 제시했다. 기초·원천 융합연구가 종료되면 수요기업 여론을 수렴해 출연연 대상 실용화연구 과제를 공모하고,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기술이전을 해 기술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내놨다.
초기부터 취업자가 참여하는 `산학생연구원제`와 기술사업화 성과지표 개선안도 나왔다. 출연연 내에서 논란이 여전하지만 출연연이 중소기업 지원이후 3년간 일자리 창출 정도를 추적분석해보자는 것이다.
이에 앞서 출연연과 중소기업 협력 성공 사례로는 표준연·기계연·ETRI 지원을 받은 프린터 제조업체 딜리(대표 최근수), 천문연서 고가 장비를 빌려쓰는 그린광학(대표 조현일), 생기원이 지원한 광학렌즈 코팅 전문기업 개마텍(대표 김훈래)이 지정돼 경험담을 공개했다.
이들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산학연이 공동개발한 지식재산권은 기업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유기술을 들고 기업을 찾아가는 기술 세일즈와 고급인력 중소기업 근무 촉진 시스템 강화, 기업이 스스로 R&D과제를 선정하는 제도 수립과 원·학·산 공동연구체계 활성화 및 제도화 등을 주문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