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케팅의 미래]<6>식지 않는 교육열과 교육 콘텐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정확히 말하면 한국 교육열 예찬론자로 유명하다. 우리나라가 가난에서 탈출해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일군 배경으로 단연 높은 교육열을 꼽았다. 미국 교육계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육열을 극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자리와 성장으로 가는 길은 교실에서 시작된다”는 그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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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에 돌입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경기 회복이다. 그 출발점을 교육개혁으로 보고 있는 오바마에게 `한강의 기적`은 아주 적절한 사례였으리라 짐작된다.

오바마는 한국 교육열에만 주목한걸까? 우리나라의 교육열에 대해 거듭 극찬했지만 교육 콘텐츠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커다란 장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양질의 콘텐츠를 전송할 적합한 매체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우리 교실 환경은 과거에 비해 좋아졌지만 수업 풍경은 크게 달라지 않았다. 조는 학생들이 태반이고 아예 잠을 청하는 학생들도 있다. 교육열은 뜨거워도 교육콘텐츠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교육이 곧 입시라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문제다.

이러한 현실은 교육기업 주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주식 시장에 상장된 교육기업 주가는 활동내역이나 성과보다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시장 자체가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외부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만한 중심 콘텐츠가 없다는 증거다.

2000년대 초반 메가스터디 성공신화는 분명한 의미를 남겼다. 포화상태였던 오프라인 시장 대신 온라인 시장을 개척한 것만으로 메가스터디는 절반의 성공을 이뤄냈다. 나머지 절반은 오프라인에서 축적된 양질의 콘텐츠로 채웠다. 높은 교육열과 함께 커지는 사교육비 부담, 양질의 교육콘텐츠에 대한 수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등이 하나로 모여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성공신화는 폭발력에 비해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콘텐츠강국에서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콘텐츠는 분명 많은 것을 바꿨지만 그 스스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온라인 콘텐츠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수준 높은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이라는 매체로 전송한다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당시에는 온라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접근법을 굳이 발굴하지 않아도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 온라인 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콘텐츠 혁신을 동반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몇 해 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센델 교수의 하버드대학교 실제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여러 채널을 통해 소개된 동영상을 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강의다. 강단에 선 교수는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답변을 한다. 학생들끼리 토론이 벌어지면 교수는 이를 독려하거나 중재한다. 화려한 영상이나 여타 시청각 자료는 없다. 그럼에도 졸거나 딴청을 피우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마이클 센델은 모바일 시대에도 기본에 충실한 교수법이 여전히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교육 콘텐츠의 혁신을 위해선 교육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교육=입시`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자기계발을 위한 평생교육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는다면, 사교육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도 해소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입시에서 벗어난 교육콘텐츠 개발이 시장에도 유리하다. 정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수험생에 편중된 고객층을 전 연령대로 확대해 시장을 넓힐 기회를 잡게 된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에 주목하는 이는 오바마 대통령만이 아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 CEO들도 우리나라를 찾으면 새벽부터 시작되는 조찬간담회 문화에 놀란다고 한다. 이미 우리는 평생교육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입시와 성과라는 중압감이 창의적인 교육콘텐츠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배우는 일은 평생 즐거워야 한다. 공자도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하지 않았나.

이호열 문화마케팅연구소 공장장 culturemkt@culture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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