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중국은 어떻게 슈퍼컴 강국이 됐나

한국 슈퍼컴 후진국 전락

중국은 30여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슈퍼컴퓨터 산업을 육성했다. 세계 수준의 장비 제조뿐 아니라 산업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산학연이 합심해 연구개발(R&D) 생태계 조성에 힘썼다. 그 결과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슈퍼컴 강대국 반열에 올랐다.

중국은 1983년 최초로 10메가플롭스 벡터형 슈퍼컴 `컴퓨터 757`을 개발했다. 백터형은 분산형 클러스터 기술이 나오기 전에 명령어를 병렬 처리하기 위해 사용된 기술이다. 이미 1970년대 중반 100메가플롭스를 넘은 슈퍼컴이 나왔지만 중국 자체 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은 컴퓨터 757을 내놓은 지 10년도 지나지 않아 100배(1기가플롭스) 빠른 슈퍼컴 `갤럭시2`를 선보였다.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2기가, 20기가, 400기가플롭스 슈퍼컴을 연이어 개발했다.

2004년 처음 테라플롭스 벽을 돌파하면서 세계 수준과의 격차도 빠르게 좁혔다. 2008년 미국 로드러너가 처음으로 1페타플롭스 벽을 허문 지 2년 만인 2010년 11월 톈허-1A가 2.507페타플롭스로 세계 최고 슈퍼컴 자리를 꿰찼다. 초당 1000조번 연산을 의미하는 페타플롭스 슈퍼컴을 개발한 것은 미국에 이어 중국이 두 번째다. 그리고 2년 반 만에 톈허2로 다시 왕좌를 탈환했다.

중국이 슈퍼컴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는 30년간 일관된 투자 덕분이다. 중국은 정책 추진에 힘을 싣기 위해 1995년 국책연구부문 첨단기술 개발 성과를 이전해 심천에 도닝(Dawning)을 설립했다. 도닝은 중국 고성능 컴퓨터 제작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도닝 외에도 인스퍼(Inspur), 레노버가 고성능 컴퓨팅 산업을 이끈다.

중국 내 100위안에 드는 슈퍼컴 중 자국 기업이 제작한 슈퍼컴이 절반을 차지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CPU도 자체 개발한다. 자체 기술력 보유 여부는 슈퍼컴 같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중국은 2015년까지 톈허2 성능을 100페타플롭스로 높일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100페타플롭스를 넘는다는 포부다. 세계 최고의 슈퍼컴을 개발한다는 중국의 목표는 명확하며 산학연 생태계는 여전히 탄탄하다.

개선해야 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하드웨어 핵심 기술이 제한적이어서 인텔이나 IBM 같은 글로벌 업체 뒤를 쫓는 경향이 있다. 또 미국에 비해 시스템 소프트웨어 역량이 미흡하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투자 예산의 30%를 고성능 컴퓨팅에 투자하는 데 반해 중국은 1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슈퍼컴 사용 저변이 넓지 않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국 슈퍼컴퓨터 발전사

자료:KISTI

[이슈기획]중국은 어떻게 슈퍼컴 강국이 됐나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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