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른 아침 서울 반포동 팔레스호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해주 전 통상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산업부 전현직 인사 120여명이 모였다.
산업부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상우회가 주최하는 `2013년 상반기 상우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상공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등을 거쳐 산업부로 이름이 바뀐 후 처음 열린 상우포럼이다. 새 부처 출범 후 여러 이슈로 인해 두 차례나 일정이 연기된 끝에 마련됐다.
그래서인지 궂은 날씨에도 행사장은 만석이었다. 산업부 현직 실국장들도 여럿 참석했다. 원전 비리, 기관장 인사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반가운 얼굴들 사이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인사가 오간 후 공식 순서인 윤 장관 발표가 시작되자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윤 장관은 30분 넘게 산업부 주요 정책 방향을 선배들에게 설명했다.
윤 장관은 최근 논란이 된 원전 불량부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아무리 우리가 변명하고 싶어도 변명하면 안 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장관으로서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마피아` 논란을 의식한 듯 순혈주의도 언급했다. 윤 장관은 “원전 부품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은 근본적으로 바꾸려 생각한다”며 “순혈주의는 안 된다.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빚어진 이해관계 충돌에 대해선 “에너지 정책에서 사회적 수용성을 도외시할 수 없다. 과거처럼 경제적 효용성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당한 보상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조심스럽지만 걱정도 내비쳤다. 윤 장관은 “보상해야 한다는 측면 한편으로 이념의 투쟁의 장을 제공하는 것 아닌가. 그런 부분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배의 조언도 나왔다. 1990년대말 통상산업부 장관을 지낸 정해주 상우회장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에 따라 성장동력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실물 경제 리더인 산업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부의 시작은 순조로웠지만 앞으로 헤쳐나갈 파고가 상당히 높다”며 “윤 장관의 능력과 산업부의 단합된 의지가 잘 결집돼 어려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