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시청자가 제외된 지상파 콘텐츠 가격인상 논란

방송영상 콘텐츠의 전성시대다. 연일 신한류를 표방하는 핫 아이콘이 등장하고, 이들이 만드는 시장가치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다반사처럼 여겨진다. 지상파방송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다양한 영상콘텐츠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치는 우리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 듯하다. 소비되는 콘텐츠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양식으로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다. 소비자로서 이용자들은 무척 행복해 할 만하다. 그런데 방송영상 콘텐츠 산업계가 이런 소비패턴의 특징을 어느 정도 읽어낸 탓일까. 온통 미디어로 집중된 우리의 이목을 볼모로, 수익분배 이른바 밥그릇의 크기를 놓고 지속적으로 잡음을 쏟아낸다. 가격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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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려온 지상파방송사와 IPTV 사업자 간 가격공방은 결코 유쾌한 소식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IPTV 사업자가 제공하는 지상파 주문형비디오(VoD) 월정액 서비스 가격이 5월 1일부터 30% 올랐다. 지상파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유예 기간도 1주일에서 3주일로 길어졌다.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기존 월 1만원에 제공한 지상파 VoD 월정액 서비스 가격을 1만3000원으로 동시에 올렸다. 지난 5월 1일 지상파 VoD 서비스를 출시한 KT미디어허브도 이용료를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동일한 1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IPTV로 지상파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청자의 요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업자들의 속내를 잠깐 들여다보자. 지상파방송사는 양보할 만큼 양보했던 VoD 시장이 커짐에 따라 지상파방송 시청률이 떨어져 광고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또 VoD 버퍼링 시간에 붙는 광고도 IPTV 사업자의 몫이라 이제는 콘텐츠 제값 받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IPTV 사업자는 VoD 시장의 강자가 지상파 방송사인 환경을 고려할 때, 일방적 시장행보를 보이고 있는 지상파의 행태를 비판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음에도 수용자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익을 우선시했기에 일방적 가격인상이 이뤄졌으며 지상파 방송사가 운영하는 동일한 VoD 사업자인 푹(pooq)에는 우호적 조건으로 가격인상을 진행시키는 등 불공정거래행위까지 존재한다고 여긴다.

상생 혹은 공생이라는 말이 덧없을 정도로 차이가 큰 주장들이다. 문제는 아예 각기 다른 출발점을 갖고 현상을 해석하는 데 있다. 지상파의 주장은 철저하게 VoD 시장의 성숙에 따른 시장침탈에 대한 우려와 이에 따른 회사 수익의 보전이라는 출발점을 갖는다. IPTV 사업자는 최근 가격인상을 성숙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들에게 지상파가 가하는 불공정한 시장압박으로 받아들인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 논란이 갖는 시사점을 살펴 볼 수 있다.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면, 그리고 논의의 중심에 어떤 대상을 놓는지에 따라 시장은 무척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영상 콘텐츠 시장이 세분화돼 가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 세분화된 시장을 전체적으로 키우지 못했다면 기존 시장에서 누군가와는 이익을 나눠야 한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들의 출발점 또한 이와 맥이 닿아 있다. 문제는 시장행위자들이 균형 잡힌 관계 속에서 서로 발전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논란의 중심엔 예외 없이 지상파방송 사업자가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 현재 더불어 미래에도 변치 않는 논의의 중심은 시청자여야 한다. 사업자의 우위는 결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 majesty2@hy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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