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로 실체가 드러난 `프리즘 프로그램`이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국방부 소속 국가안보국(NSA)이 수년 전부터 전 세계의 각종 개인정보와 통신 기록을 수집하고 감청했다는 사실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지구촌에 더 이상 비밀스런 공간과 사생활은 없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프로젝트 이름이 프리즘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프리즘의 원래 명칭은 `자원 통합, 동기화 및 관리용 기획 도구(PRISM:Planning tool for Resource Integration, Synchronization and Management)`의 약자다. 하지만 빛을 분산시켜 해석하는 프리즘(분광기)의 역할과 교묘하게 겹친다. NSA는 이 프리즘을 통해 전 세계의 정보를 통합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고 관리하는 유용한 도구였을 것이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이 프리즘을 통해 수십건의 테러 시도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테러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 개인의 자유가 현재 상황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프리즘 프로젝트 사건이 어떻게 결말이 나더라도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및 사이버 전쟁의 위험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구글, 페이스북, 야후, 스카이프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던 인터넷 서비스들이 국가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도 걱정을 가중시킨다.
PC와 스마트폰에 이어 조만간 자동차도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통제와 감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안전하고 편리한 스마트카 시대에 대비해 해킹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탑승자의 행복을 극대화할 방책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고민해 볼 시점이다.
양종석 전자산업부 차장,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