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상상력 없는 상상콘텐츠기금 조성 헛바퀴 우려

상상콘텐츠기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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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정과제로 내건 상상콘텐츠기금이 기업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7500억원 규모 기금조성 재원을 놓고 첫발부터 공방이 치열하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여당은 기금을 정부 재원과 함께 콘텐츠 기업이 출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기업은 당초 기금 조성 취지와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반대하는 상황이다. 워낙 업계의 저항이 거세 자칫 상상콘텐츠기금이 `상상`에 그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기금 조성 필요성 알리는 게 먼저

박성호 의원(새누리당) 실 관계자는 12일 “대형 콘텐츠 업체가 십시일반으로 참여해 어려운 콘텐츠 산업생태계를 선순환시키는데 일조하자는 것이 법안의 취지”라며 “콘텐츠 유통을 통해 가장 수혜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부담금을 징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원의 일부는 국고로 이뤄지고 부담금 비율도 조정이 가능하다”며 “특히 중소 개발업체가 부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의원 발의 법안에도 나와 있듯 부담금 징수의 타깃은 콘텐츠 유통업체다. 통신사, 인터넷 포털, 온라인 게임업체, 온라인 음악서비스업체 등이 콘텐츠 유통을 통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앞뒤가 바뀐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한 콘텐츠 유통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금이 꼭 필요하다면 수혜기업으로서 낼 용의가 있지만 기금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활용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을 걷겠다는 법안을 내놓은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란 주장이다.

다른 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부담금이 준조세를 의미한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 다른 산업계도 준조세를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열악한 콘텐츠업계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기금 조성 목적과 사용처도 모호하고 징수 대상도 모호한데 누가 자발적으로 부담금을 내겠냐”고 반문했다.

외국 기업과 역차별도 꼽았다. 그는 “구글이나 유튜브 등도 국내 콘텐츠를 유통하는데 외국기업이 부담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부담금 징수는 결국 국내 유통기업을 옥죄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콘텐츠업체 관계자는 “콘텐츠 활성화로 인해 기업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 상승 등 진짜 수혜는 휴대폰·가전·자동차 등 제조 대기업로 돌아간다”며 “콘텐츠 유통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에 비하면 정말 소소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영세 콘텐츠기업 살리는 일 먼저 찾아야

기금 조성이 아니더라도 영세한 콘텐츠 산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 콘텐츠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40.8%가 자금 및 제작비 조달이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밝혔다. 45.3% 기업이 `자금조달 상황이 나쁘다`는 데 공감했다. 콘텐츠 기업 절반이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셈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서비스 산업의 꽃인 콘텐츠 업체들이 만성적인 자금부족 현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상상콘텐츠기금은 영세 콘텐츠 기업에 생명수와 같은 돈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간사업자들은 콘텐츠산업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열심히 밤새워 만든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기관도 전무하고 콘텐츠가 여전히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SW)를 불법 다운로드 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서 조차 SW를 구매할 때 추가 개선작업은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애써 만든 콘텐츠가 제값을 받는 현실만 개선되도 기업의 자금 부족 현상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금 부족 현상이 콘텐츠산업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란 점에서 시장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 벤처창업에 앞다퉈 돈을 내겠다고 나서지만 실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돈이 수조원에 달한다”며 “투자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콘텐츠가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리스크가 큰 콘텐츠 업계는 유독 자금 쏠림현상이 심하다. 3~4년 전 영화가 집중적으로 각광을 받을 때는 영화인들이 `돈을 못 쓰면 바보`라고 할 정도로 영화에 자금지원이 몰렸고, `뽀롱뽀롱 뽀로로`가 인기를 끈 2010년 말에 비슷한 캐릭터 완구 사업에만 돈이 몰렸다.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기존 자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 부담금을 물려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은 상상력 부재를 드러낸다”며 “정부가 창조경제 조성에 6조9000억원을 활용할 예산 가운데 창조경제의 핵심인 콘텐츠 산업에 10%만 집행해도 기금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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