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일본 부품 업체와 밀월관계를 맺는다. 일본 부품 구매를 크게 늘리고 연구소도 만든다. 중저가 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는 고급형 시장을 노리려는 포석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는 켄 후 화웨이 CEO 인터뷰를 보도했다. 후 CEO는 “일본은 중요한 시장이면서 매우 각별한 부품 조달처”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고급형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일본 부품 비중이 50% 정도인데 이를 7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화웨이가 일본에서 가져오는 부품 구입액은 2012년 기준으로 연간 9억달러(약 1조155억원) 정도다. 이를 곧 두 배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파나소닉과 재팬디스플레이, 무라타 등이 주요 거래 업체다.
일본 내 연구 거점도 마련한다. 스마트폰 관련 기술 조사와 개발을 담당한다. 장소는 요코하마가 유력하다. 100명 정도의 기술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실적 부진 탓에 직장을 잃은 일본 전자 대기업 퇴직자에 관심을 보인다.
화웨이는 지난해 32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세계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외하곤 중위권 그룹에서는 두드러진 성장세다. 특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면서 경쟁력이 올라갔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성장세와 잠재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아직 주력은 중저가 제품에 머물러 수익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부품 구매 확대를 고급형 시장으로 진출을 꾀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고급형 시장은 안정적 이윤을 보장한다. 고급 제품 위주인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 전체 이익의 90% 안팎을 차지한다. 승자 독식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후 CEO는 화웨이가 보안 위협이 된다는 미국과 유럽의 우려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색안경을 쓴 채 바라보는 시각”이라며 “EWA처럼 권위 있는 기술평가기관이 이미 문제가 없다는 검증 결과를 내놨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 이통사의 수요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이외 다른 지역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