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기술대국]꿈의 소재 `그래핀`, 창조과학의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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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graphene). 요즘 과학기술계, 특히 전기·전자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신소재다. 그래핀은 전선의 대명사인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를 잘 통과시킨다. 반도체 주 성분인 실리콘보다도 100배 이상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킬 수도 있다. 결합력도 강하다. 그래핀을 반도체 회로로 만들면 나노(nano·10억분의 1m) 수준의 초소형화도 가능하다. 정부 지원과 그에 따른 각급 연구소 성과 발표도 최근 눈에 띄게 늘면서 그래핀은 이제 `꿈의 신소재`라 불릴 정도다.

[과학강국 기술대국]꿈의 소재 `그래핀`, 창조과학의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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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으로 만든소자. 투명하면서도 자유자재로 휘어져 활용폭이 매우 넓다.

◇왜 그래핀인가

그래핀은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인 `ene`을 결합해 만든 말이다. 쉽게 말해 흑연의 표면층을 한 겹 살짝 떼어낸 탄소나노물질이 바로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탄소가 육각형의 형태로 서로 연결된 벌집 모양의 2차원 평면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핀은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얇고 투명하다. 화학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탄소로 구성돼있어 전기 전도성도 뛰어나다.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휘거나, 누르거나, 진동을 주면 스스로 전력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휘는 디스플레이기기의 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탄소원자 단일층의 벌집구조로 이뤄진 그래핀은 지난 2004년 영국의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가 발견했다. 전도성이 높고 결합력이 강해 응용 가능성이 높다.

정현식 서강대 교수는 “지금껏 그래핀은 다이아몬드와 동급의 탄성률을 가진 물질로 알려졌지만, 확인 결과 그래핀의 탄성률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2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항공기, 고속철도 등의 연료효율이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그래핀을 활용한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 성과도 속속

그래핀에 대한 국내 과학자의 연구개발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다. 이미 그래핀 열전도율 제어와 대량생산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연구는 성공 단계에 올라 있다. 최근에는 그래핀을 이용해 높은 습도나 강산성 등 극환경 하에서도 작동 가능한 `고감도 가스센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효영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팀은 고분자 광섬유로 된 반사탐침에 산화그래핀 또는 환원그래핀으로 된 감지층을 코팅한 `광학 가스센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환원그래핀을 이용한 가스센서는 있었지만, 산화그래핀을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지층은 가스와 직접 접촉해 특정 화합물을 감지하는 부분을 말한다. 광학 가스센서(optical gas sensor)는 고분자 광섬유를 이용하여 가스접촉에 따른 반사율 변화와 같은 광학적 특성 변화를 읽어 특정 화합물을 감지하는 센서다.

이번에 개발된 산화그래핀 가스센서는 일반 광학가스센서와 달리 90% 이상 고습환경에서도 작동한다. 이는 산화그래핀 표면의 다양한 산소작용기가 친수성을 띄어 높은 습도에서 흡수된 화합물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여러 산성도 환경(pH 1, 5, 7, 11)에서도 감지능력이 유지했다. 이는 높은 산성과 염기성 환경에서는 산소작용기가 양성 또는 음성을 갖게 해, 더 높은 감도를 가능하게 한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진행 중인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지의 6월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상용·산업화에 정부 지원 가속

그래핀 관련 정부의 지원이 지금까지는 각급 연구소의 기초 연구개발(R&D)에 집중돼 왔다면, 최근 들어서는 그래핀의 상용화·산업화에 정부의 관심이 집중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그래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주관 기관을 선정하고 앞으로 6년간 약 47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EU·영국 등 주요국 정부도 이미 그래핀 상업화 R&D에 각각 10억유로(약 1조4300억원), 5000만파운드(약 8470억원)를 투자하며 선점을 노리고 있다.

산업부는 우선 급속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디스플레이 복합소재 분야에서 대면적 그래핀과 그래핀 나노플레이트릿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응용 제품 개발도 지원한다. 총 41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하고 총괄 주관 기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맡는다. 세부 주관기관은 삼성테크윈(TSP)을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OLED 패널), 상보(하이베리어 복합필름), 창성(전자파 차폐 코팅제), 포스코(고내식 코팅제) 등 5개 컨소시엄이 확정됐다. `산업통상R&D전략기획단`이 심층평가를 실시해 주관기관을 선정했다.

문동민 산업부 철강화학과장은 “이번 기술개발을 통해 32개 핵심상업화 기술을 확보하고 매출 17조원, 3만4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래핀 소재·부품 기술개발사업 과제별 예산 (단위:억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