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힘간현미경(AFM)을 붓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해 4개의 서로 다른 상태를 유지하는 다중 메모리 소자가 개발됐다.
장현명 포스텍(POSTECH)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손종역 경희대 교수(당시 연구원) 팀은 망간(Mn) 원자가 도핑된 바리움 티타네이트 나노막대 배열을 이용, 4개의 메모리 상태를 가진 다중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메모리 소자는 AFM현미경 끝에 물질을 살짝 묻혀 선을 긋거나 틀 속으로 방울을 흘려 넣는 간단한 방법을 이용했다.
차세대 메모리 소자인 F램과 R램은 1이나 0, 혹은 양극과 음극 등 2개의 메모리 상태만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전기적, 자기적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다강체 물질이 전기와 자기 분극에서 각각 양극과 음극의 상태가 된다는 점에 착안, 전기의 양극· 음극과 자기의 양극· 음극을 조합해 4중 상태를 하나의 메모리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메모리 상태가 3개 이상이 되면 같은 크기의 메모리에 집적도를 최소 4배 이상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를 각 상태별로 분산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메모리에 적합하다.
장현명 교수는 “붓으로 선을 그리듯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어 가로와 세로 어느 방향으로 제작하든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소재가 상온에서도 문제없이 구동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나노과학 분야 권위지 `ACS나노`지 온라인판에 최근 발표됐다.
◆용어설명
다강체(multiferroics)=강유전성과 강자성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물질로, 한 물질에서 자기적 현상과 전기적 현상이 동시에 발생해 첨단 전자소자에 응용 가능한 물질로 평가된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