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돌`은 칼이나 낫 따위의 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데 쓰는 것이다. 쇠로 만들어진 칼이나 낫보다 강도 측면에서는 약하다. 그럼에도 숫돌은 자기보다 강한 칼과 낫을 갈아서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준다고 자랑이다. 숫돌의 진정한 매력은 자기 살을 깎아 상대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데 있다. 자세를 낮추고 자기보다 강한 쇠를 더욱 날카롭게 가는 비결은 자기 살을 깎아내는 아픔을 견뎌내 상대를 빛나게 해준다.
갑가지 `짱돌`이 나타나 숫돌을 깨부수려 한다. 짱돌은 자갈보다 좀 더 큰 돌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다. 짱돌은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돌이라고 자랑하면서 숫돌에게 맞장을 붙자고 제안했다. 숫돌은 짱돌에게 강한 것일수록 바람에 휘는 풀잎처럼 자세를 낮추고 먼저 구부린다고 했다. 잘난 체해봐야 스스로 부러지고 깨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날카로운 돌이 세월에 따라 이리저리 부딪혀 둥글둥글해진 `몽돌`이 나타났다. 몽돌은 오랫동안 개울을 구르다 귀퉁이가 닳아서 동글동글해진 돌을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다. 몽돌은 짱돌에게 일침을 가했다. 날카로운 돌은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해야 서로를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짱돌은 숫돌과 몽돌에게 잘못했다며 아무에게나 시비 걸면서 대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브리꼴레르가 `부싯돌`을 들고 나타나 숫돌과 짱돌, 그리고 몽돌에게 한마디했다. 세상을 불태우는 열정은 모두 부싯돌에서 비롯된다는 것. 다른 돌보다 훨씬 더 거칠고 구멍이 많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마찰을 시키면 온도가 높아져 불똥을 튀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스스로 불타는 게 아니라 어떤 연소 물질에 스파크를 내 불이 붙게 만든다. 부싯돌에서 불꽃이 튀어 불이 일어나려면 부싯돌을 쳐서 불이 일어나게 하는 쇳조각, 즉 부시가 필요하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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