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M 무엇이 문제인가]<중>부산 최대행사지만 부산기업은 외면

“BCM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부산시에서 참가 요청이 들어왔다. 무엇이 급했는지 지역기업 공동관을 마련해줄 테니 서둘러 나오라는 얘기였다. 회원사들에 참가 의향을 물으니 반응이 썰렁했다. 도움도 안 될 뿐더러 들러리 서는 곳에 뭐 하러 나가냐고 했다.”

[BCM 무엇이 문제인가]<중>부산 최대행사지만 부산기업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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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치러진 BCM 전시행사인 BCM플라자 한켠에 마련된 지역 취업-고용 매칭 부스 전경이다.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이곳을 찾는 구직자는 거의 없었다.

정재민 부산영화영상산업협회장(지엑스 대표)은 지난 5월 열린 7회 부산콘텐츠마켓(BCM)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얘기했다. 부산 지역 영화, 영상, 애니메이션 제작업계를 대변하는 부산영화영상산업협회는 수년 전부터 BCM에 나가지 않는다. 실제 참가해보니 들러리였기 때문이다.

BCM은 국제 콘텐츠 거래 장터를 표방하지만 기반은 부산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벤치마킹해 지역 관광 및 전시·컨벤션 인프라와 연계 시너지를 거두고, 초기에는 지역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었다. 이후 수억원의 부산시비가 투입된 배경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BCM에서 지역 제작 콘텐츠와 관련 기업은 찾기가 어려워졌다. 왜일까.

BCM 초기에 몇 번 참가했다가 이후 포기했다는 부산 콘텐츠 업체 사장은 “부스비도 무료였고, 해외 바이어를 많이 초청한다고 해서 이들이 지나가다 들러도 우리 콘텐츠를 알릴 기회가 많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며 열변을 토했다.

그는 “어려운 형편에 전시 장비를 옮겨 꾸미고, 바쁜 직원을 투입해 부스를 지켰지만 바이어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는 것이다. 해외 바이어는 지상파 드라마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는 들러리였구나”라고 당시 참담했던 심경을 이어갔다.

BCM 측에서 밝힌 올해 BCM마켓 지역 참가 기업 및 기관 수는 20여개다. 행사 당일 현장 확인 결과, 10개 안팎에 그쳤다. 대부분 대학 콘텐츠학부 부스였다. 콘텐츠와 상관없는 기업을 포함해 확인된 부산 기업은 단 3개에 불과했다.

부산 지역 콘텐츠 업계는 BCM 초기부터 지역 기업이 참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한류 드라마에 편중된 국내외 바이어·셀러의 관심을 지역 업체가 제작한 단편 영화나 아동 및 교육용 콘텐츠 등 소규모 콘텐츠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부산 콘텐츠업계는 “BCM 주관기관이 해외 바이어와 사전 접촉해 지역 콘텐츠 기업과 비즈니스 상담 자리를 마련하거나 서울 등 수도권 대형 콘텐츠 업체의 외주 제작 물량을 지역 업체와 연계하는 등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24억원의 BCM 전체 예산 중 지역 콘텐츠업계를 위한 비용 지출이나 프로그램은 전무했다.

BCM 주관기관인 BCM집행위원회는 한술 더 떠 “지역 업체의 콘텐츠는 해외에서 별 관심이 없다. 판로나 비즈니스는 각 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BCM에 `단체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수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부산시의 지원금은 7억원이다. 지역 영상산업 지원 육성 부서인 영상산업과 예산이다.

정재민 회장은 “부산 시비를 포함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쓰면서도 지역 업체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이런 행사를 부산이라는 이름을 걸고 치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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