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콘텐츠 항의 시위로 불거진 검열 요구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검열을 강화하자니 사용자 이탈이 우려되고, 그냥 두자니 여상 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페이스북은 넘치는 여성 비하 콘텐츠를 방치한다는 이유로 미국과 영국 여성단체에 십자포화를 맞았다. 여성들의 시위로 몇몇 광고주는 페이스북을 떠났다. 회사는 서둘러 부적절한 익명 콘텐츠를 차단하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사실상 콘텐츠 검열에 나선다는 의미다.
대중의 콘텐츠 검열 강화 요구와 페이스북의 수용으로 핀터레스트와 트위터, 텀블러 등 다른 유력 SNS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이 검열 강화란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다. 완벽한 실행이 어려울 뿐더러 자칫 사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NS는 생산되는 콘텐츠가 너무 많다. 사용자가 10억명이 넘는 페이스북에 등록되는 콘텐츠는 하루 평균 25억개에 이른다. 기존 콘텐츠 역시 확대, 재생산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문제는 시스템으로 불량 콘텐츠를 걸러낼 수 없다는 데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동원해 자동으로 파악하기엔 너무 모호하고 중의적이다. 풍자와 비유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기계의 판단 범위를 넘어선다. 일반적인 사진에 엉뚱한 글을 더해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비행기 좌석에 기대앉은 여성 사진에 `더 이상 임신하고 싶지 않아요`란 문구를 넣는 식이다. 결국 사람이 심사해야 한다. 실제 페이스북은 모든 콘텐츠를 직원이 직접 모니터링 한다. 핀터레스트도 마찬가지다. 수백 명의 직원이 이 일에 매달린다. 앞으로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완벽하게 모든 콘텐츠를 심사할 가능성은 낮다.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다고 느끼면 사용자 엑서더스가 일어날 수 있다. 자유로운 의견 표출과 콘텐츠 생산·공유는 SNS의 핵심 가치다. 사용자 이탈은 광고주 감소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대체재가 많은 SNS 시장에서 사용자나 광고주 모두 언제든 다른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직접적인 논란에 휩싸이지 않은 SNS는 페이스북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핀터레스트는 예술가와 사진작가들의 요구로 누드 사진을 좀 더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정책을 조정 중이다. 텀블러를 인수한 야후 역시 성인 콘텐츠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트위터도 비슷하다. 이들은 아직은 사용자의 콘텐츠 생산 자유에 방점을 두고 있다.
불량 콘텐츠 범람에 따른 사용자 반발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이미지 타격을 우려한 일부 기업은 광고 중단 결정을 내렸다. 어떤 선택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 콘텐츠 검열 이슈를 적절히 풀 솔로몬의 지혜가 없다면 SNS 급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