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 부품 비리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한동안 잠잠해진 듯싶더니 또 터졌다. 가뜩이나 신뢰성 문제로 민감한 원자력발전이 또 한 번 실망을 안겼다. 이번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불량 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부품비리는 국내 시험기관이 제어 케이블 시험 일부를 해외 시험기관에 의뢰했고 해외 기관이 발행한 시험 성적서를 국내 기관이 위조해 일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부품 비리를 끊기 위해 작년 말 시행한 방지대책도 소용없었다. 예전에 적발된 사례는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위·변조했지만 이번에는 공신력 있는 시험기관이 발등을 찍은 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불량 부품을 사용한 사실을 밝혀낸 26일은 공교롭게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건설현장에서 UAE 2호기 착공식에 참석한 날이기도 하다. 문제는 시험 성적서 조작에 연루된 신고리 3·4호기는 UAE에 수출한 원전과 같은 APR 1400모델이어서 원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수급이 빠듯한 가운데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가동이 중단돼 올 여름 심각한 전력난이 우려된다. 같은 이유로 지난달 8일 정지한 신고리 1호기 정비 기간을 연장하고 운영허가 심사 중인 신월성 2호기는 해당 부품을 모두 교체한 후에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설비용량은 각각 100만㎾다.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가동을 중단하면 당장 200만㎾의 전력공급이 줄어든다. 지난겨울 풀가동한 석탄화력발전소와 일부 원전이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데다 때 이른 무더위로 예비전력이 400만㎾ 수준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원전 2기가 추가로 가동을 중단해 전력 공급이 비상사태에 접어들었다. 불량부품을 교체하고 정비하는 데 최소 4~5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 여름 전력수급은 초비상이다. 산업부가 유관 기관과 업종 단체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전력수급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자력이 아무리 훌륭한 에너지원이라도 신뢰할 수 없고 안전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원전 비리를 끊으려면 시스템 전반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부터 치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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