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가 희귀병을 앓던 아기를 살렸다.
3D프린터로 만든 플라스틱 권총이 살상 효과를 내면서 논란을 일으켰지만 결국 기술은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만드는 미담이다.
28일 타임은 미국 미시간 대학병원 의료진이 3D프린터를 활용해 희귀 장애로 호흡 곤란을 겪던 아기를 치료했다고 보도했다.
세 살 아기인 카이바 지온프리도는 `기관지연화`라는 호흡 장애가 있다. 숨만 쉬어도 기도가 약해져 기도 벽이 무너져 내렸다. 호흡과 심장 박동이 갑자기 멈출 수 있는 위험한 병이어서 카이바는 항상 산소호흡기를 달고 지냈다.
글렌 그린 미국 미시간 대학 박사(소아 이비인후과 전공)와 스콧 홀리스터 박사(생명의학 및 기계공학 전공)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카이바를 살리려면 기도에 튜브를 삽입할 수밖에 없었다. 카이바의 어머니 에이프릴은 “당시 카이바가 살아서 병원 문을 나설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아이의 기도 생김새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해 분석한 뒤 3D프린팅 기술로 맞춤형 플라스틱 기도를 만들었다. 이 기도는 3년 이내에 자연분해 되도록 설계했다.
수술 당일에도 카이바는 호흡 곤란으로 얼굴색이 푸르게 변했다.
카이바의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수술 일주일 뒤에는 산소호흡기를 제거했고 2주 뒤 퇴원할 수 있었다. 수술을 받은 이후 1년이 넘도록 카이바는 한 번도 호흡 곤란을 겪은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D 프린터를 활용해 더 많은 인체기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D 프린터는 종이에 글자를 인쇄하는 프린터처럼, 3차원 설계도를 입력하면 `입체적`인 물건을 만들어낸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