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9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기공식`이 열렸다. 이제 대한민국은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보유국이 된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현재 미국(2008)과 일본(2010) 등 2개국에서만 구축·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는 세계 3번째 보유국이다.
가속기란 전자 등을 빛의 속도로 가속해 물질의 미세 구조를 관찰·분석하는 아주 정교한 현미경과 같은 대형연구시설이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기존 3세대 방사광 가속기보다 100억배 밝은 광원을 갖고 펄스폭이 1000배 짧아 살아있는 세포의 동적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장치다. 4세대 가속기를 이용하면 단백질을 결정화하지 않고도 단분자 단백질 등을 분석할 수 있게 돼 획기적 신약개발에 크게 활용된다.
신물질·신소재 분석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 뿐 아니라 IT·반도체 소자산업와 의료분야 등 다양한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가속기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여러 물질들이 구조에 따라 어떤 전기적 특성을 나타내는지 아는데 사용된다. 종이처럼 접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유기반도체 물질의 특성 연구나 연료전지, 수소저장재료 등 친환경 미래 배터리 개발에도 필수다.
두께가 수백 나노미터 밖에 되지 않는 유기 반도체 물질의 분자 구조를 알아내려면 방사광에서 나오는 강력한 X선이 필요하다. 유기 반도체에 X선을 비추고 이로부터 얻어지는 회절 무늬를 분석하면 전기적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자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4세대는 3세대 방사광 대비 100억배 이상 밝다. 그간 밝혀지지 않은 극미세 세계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우리 주위에 흔한 물(H2O)도 두개의 수소(H)와 하나의 산소(O)로 이뤄져 있다는 것만 알 뿐, 어떻게 결합돼 있는지는 아직도 규명돼 있지 않다. 이 문제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분석되면, 화석연료 중심의 인류 에너지원은 수소전지 등 차세대 연료로 급속히 변화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4260억원(국고 4000억원, 지자체 260억원)의 사업으로 2011년 4월부터 추진 중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미국, 일본, 스위스, 독일 등 해외에서도 연구시너지 제고, 운영비용 절감효과 등을 위해 3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위치한 동일부지에 구축됐거나 구축되고 있다. 우리나라 4세대 방사광가속기도 3세대 방사광가속기 인근에 부지면적 10만2700㎡, 건물연면적 3만6720㎡ 규모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10GeV)시설과 빔라인(실험장치) 3기가 들어서게 된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은 크게 장치부문과 기반시설부문으로 나누어 추진되고 있다. 장치 부문은 가속장치인 전자빔 시스템과 실험장치인 광자빔 시스템으로 구성되는데, 지난해까지 부품 설계를 완료하고 올해 본격적으로 국내외 산업체 발주를 통해 제작 중이다. 국내 산업체와의 공동연구로 전자빔의 가속을 위한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으며, 현재 130여개의 중견·중소기업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반 시설 부문은 지난해 9월부터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했다. 이번 기공식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건물과 시설 구축을 추진하게 된다.
방사광가속기 연혁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연도별 투입예산(단위:억원)
*총 4,260억원(정부 4,000억원, 지방 260억원)
*2013년 1050억 내역 : 본예산 850억+추경예산 200억(`13.5.7 국회 본회의 확정)
3세대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비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