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개정 SW산업진흥법, 저가 과당 경쟁에 갑의 횡포 개선 안돼

겉도는 SW산업진흥법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오히려 대기업 3사가 사업을 주도했을 때가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발주 자체는 줄어들었는데 중견 시스템통합(SI) 업체의 횡포는 대기업과 큰 차이가 없거든요.”

“솔직히 별다른 차이를 못 느낍니다. 거래하는 업체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입찰제도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큰 효과는 없을 겁니다.”

개정된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시행 후 사업에 변화가 느껴지냐는 질문에 대한 SW 업체 대표들의 대답이다. 일부는 “나아진 것 같다”거나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지만 대다수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사업 참여에는 여전히 반대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애써 개정한 법이 의미를 잃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열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 압박이다. 사업 공고가 나오면 군소 SI 업체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수주를 위해 경쟁을 벌인다.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SI 업체가 적지 않지만 상당수는 기술력 없이 저가를 무기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저가에 사업을 수주한 SI 업체는 공급가를 낮추기 위해 SW 업체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격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는 SW 업체 한 관계자는 “만만한 중소 SW 업체만 피해를 보는 게 현실”이라며 “중견 SI 업체 임원도 대부분 대기업에서 온 사람들인 만큼 중소 업체에 대한 횡포가 변할 리 없다”고 말했다.

SI 사업 자체가 줄어든 것도 문제다. 과거 대기업들은 공공기관 발주가 없더라도 개별 사업 발굴에 힘을 쏟았지만 올해부터 이런 사례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다. SI 업체가 늘어 새로운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중소·중견 기업 역량이 부족해 프로젝트 발굴이 활발하지 않은 탓이다.

새 정부의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려 공공사업 발주가 최근 들어서야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상반기 시장 침체에 한 몫 했다. 공공기관의 예산 부족과 제안요청서(RFP) 작성 능력 부재로 발주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많은 공공기관이 대기업에 RFP 작성을 의뢰했다.

대기업과 주로 거래했던 SW 업체들은 `추가 업무`가 생겼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분리발주 때문에 사업 추진 시 양식에 맞춰 제안서를 따로 작성해야 하고, 사업 관리자도 추가로 필요해 업무와 비용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 SW 업체 대표는 “분리발주 취지에는 공감하고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며 “SI 업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제안서 작성 규정을 개정해 SW 업체는 제품 품질과 가격만 합당하면 구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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