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과 팬택의 아름다운 협력

경쟁사 지분을 확보한다면 경영권 인수 또는 인수합병(M&A) 포석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이게 아니고선 지분을 사고 팔 이유가 마땅히 없다. 그런데 경영권과 전혀 상관없이 협력 차원으로 경쟁사 지분을 인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전자가 팬택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0% 규모의 지분을 갖는다. 삼성은 종합 전자회사이며, 팬택은 휴대폰 전문업체라는 차이가 있으나 국내외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다.

한때 워크아웃이라는 위기를 겪었던 팬택은 이를 극복했으나 최근 다시 경영이 어려워졌다. 삼성전자와 애플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양분된 가운데 두 회사에 대한 쏠림현상이 가속화한 탓이다. 팬택은 삼성, 애플과 겨루고도 남을 제품을 갖고도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다. 마케팅을 비롯한 투자재원 확보가 절박해졌다. 이러한 회사가 바로 경쟁사에 손을 내밀었다.

물론 두 회사를 단순히 경쟁관계로만 봐선 안 된다. 삼성전자에 팬택은 주요한 부품 거래선이다. 그룹 관계사까지 포함해 팬택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의 부품을 삼성으로부터 연간 2300억여원어치를 구매한다. 이번 지분 협력도 부품 수급 협력 차원에서 나왔다. 그렇다 할지라도 경쟁기업 간 지분 협력이라는 자체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발상의 전환으로 지분 인수를 제안한 팬택도, 경영권 참여 없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삼성전자 모두 칭찬을 받을 만하다.

세계는 우리나라를 휴대폰 강국이라고 부른다. 휴대폰업체가 있는 나라 자체가 적은데 우리나라엔 무려 3개나 있다. 그것도 상위권 업체들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업체로 우뚝 섰지만 LG전자와 팬택은 아직 그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LG와 팬택이 더 망가지면 삼성전자가 득을 볼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 수혜자는 중국 업체를 비롯한 다른 나라 업체가 될 것이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말마따나 이번 투자를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진흥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삼성의 상생과 공존의 노력으로 볼 만하다. 결실을 맺으려면 팬택은 투자 유치를 계기로 작지만 강한 모바일기업으로 다시 거듭나야 한다. 삼성전자도 이번처럼 큰 틀에서 책임있는 노력을 다하는 맏형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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