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필립스의 헬스케어 디자인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이 말은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유효하다. 단순히 의료기기를 보기 좋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다. 입원실, 영상촬영실, 수술실 등 병원 현장에도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이 환자 안정과 효과적 진료를 돕는다. 필립스가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AE:Ambient Experience)`로 의료 현장의 디자인 개념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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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가 적용된 MRI 촬영실. 방의 모든 코너가 둥글게 설계돼 환자가 공간을 보다 넓고 쾌적하게 느낄 수 있다.

◇디자인으로 심리적 안정 돕는다

방사선실 촬영실 앞에 아이가 검사 시작 전 대기 공간에 마련된 미니 스캐너(Kit ten Scanner) 가지고 놀고 있다. 스크린과 연결된 스캐너는 RFID 태그가 붙어있다. 아이가 스캐너에 장난감을 넣으면 스크린에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장난감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영상이 나온다.

미니 스캐너를 가지고 놀던 아이가 검사실에 들어선다. 손에는 무선 카드가 들려있다. 카드를 흔들면 천장과 벽의 조명이 바뀐다. 아이가 선택한 조명은 은은한 보라색이다. 스마트패드로 좋아하는 영상 콘텐츠를 터치하면 둥근 벽이 스크린으로 변하고 선택한 영상이 재생된다. 모든 환경을 자신에게 맞게 조정한 아이가 한결 편한 표정으로 장비 위에 눕는다. 필립스가 시카고 루터란 어린이종합병원 방사선실 적용한 AE이다.

AE는 환자가 직접 병실 조명을 비롯해 오디오, 비디오 콘텐츠 등을 선택해 치료 과정의 참여를 유도하는 필립스의 디자인 솔루션이다. 환자는 병실 테마와 음악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해 디자인, 조명, 영상 기술이 통합된 맞춤형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모두의 바람을 담은 디자인

AE는 조명과 음악, 영상을 넘어 건축과 결합했다. AE를 적용한 X레이나 CT, MRI를 찍는 영상촬영실은 방의 모든 코너가 둥글게 처리돼 있다. 환자가 공간을 보다 넓고 쾌적하게 느끼게 하기 위한 디자인 배려다. 의료진이 들어가서 기계를 조작하는 조정실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특수 유리를 쓴다. 의료진은 환자를 볼 수 있지만 환자는 조정실 너머의 의료진이 보이지 않는다. 아늑한 공간에 자신만이 있다는 편안함을 느낀다.

필립스는 AE 디자인 방향을 설정할 때 의료진까지 참여시킨다. 의료진에게 효율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한 AE 목적이다. 환자 안정을 도와 의료진 업무가 보다 수월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진도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업무 흐름도 매끄러워진다. 독특한 디자인이 개별 병원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환자 재방문 유도는 물론이고 유능한 의료진 확보가 가능하다.

필립스는 병원을 찾는 모든 이들이 AE를 경험할 수 있게 공간 흐름을 디자인한다. 환자 심리 상태는 물론이고 환자 가족이 느끼는 감정까지 고려한다. 응급실 입구부터 대기 공간, 진료실, 간호사실, 응급치료실 등 응급실의 모든 공간에 AE가 숨쉬고 있다.

응급실로 가는 복도에 불투명 유리 패널과 LED 조명을 적용해 색상이 천천히 변한다. 진료실 바깥벽에는 반투명 벌집형 LED 디스플레이 패널 구조물을 씌웠다. 구조물은 다양한 색상의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환자 대기실에는 양면으로 빛나는 벽을 설치해 어린이들이 손으로 터치해 빛으로 색칠놀이를 할 수 있다.

◇AE 도입 병원 효과도 `쑥쑥`

AE는 2007년 미국에서 공식 상용화가 시작됐다. 6년 만인 2013년 1월 남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샌워킨병원이 500번째로 AE를 도입했다. 이 병원은 다이내믹한 조명과 비디오, 음향 시스템을 통해 안락한 환경을 조성했다.

필립스가 최근 AE를 도입한 27개 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6%가 AE 도입 후 병원 직원 만족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AE 적용 공간에서 집중이 더 잘 된다는 답변은 절반이 넘었다. 진료시간 또한 4%(약 3분) 정도 줄었고, 병원을 찾는 환자는 6% 증가했다.

2011년, 네덜란드 제론 보쉬 병원은 환자 121명을 대상으로 AE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AE에 대한 정보 및 경험이 없는 집단, 정보는 없으나 경험 해본 집단, 정보를 가지고 경험도 해본 집단으로 대상을 나눠 지인들에게 AE를 추천할 것인지 물었다. 그 결과 AE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경험해본 집단의 46%, 정보는 없었으나 경험해본 집단의 26%가 AE를 지인에게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2011년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애들레이드 아동병원은 AE를 경험한 고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AE가 적용된 MRI 검사실에서 검사를 받아본 고객들은 이 공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꼈으며, 아이가 진료 받는 도중에도 부모들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고 답했다. 고객들은 AE가 적용된 MRI 검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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