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창조경제 시대 … 지역 정책은 어떻게

지역정책은 2000년 이후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계속 진화해 왔다. 이러한 지역정책의 변화는 중앙정부, 지자체, 지원기관, 기업, 대학 등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올해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부처 이전이 마무리된다.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계기가 상당부분 마련됐지만, 아직도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 융합산업 육성은 지역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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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이 대한민국 지역 정책 중심에 서있는 유관 지원기관 관계자를 초청해 지역정책을 진단하고, 향후 과제 및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왼쪽부터 이완식 국장, 장원철 회장, 윤상한 원장, 이계형 회장, 정순남 교수, 박광진 원장, 신선미 부장.

이에 전자신문은 대한민국 지역 정책 중심에 서 있는 유관 지원기관 관계자를 초청해 지역정책을 진단하고, 향후 과제 및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가나다순)

박광진 지역SW산업발전협의회장

윤상한 대경지역사업평가원장

이계형 전국링크사업단장협의회장

장원철 전국테크노파크협의회장

정순남 목포대 교수(前 전라남도 부지사)

사회=이완식 전자신문 지역총국장

◇이완식 전자신문 지역총국장(사회)=먼저 지역정책 기획과 관리를 주도적으로 해온 정부와 지자체 중심으로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왔고, 그간 성과는 어떤지 간략하게 말해달라.

◇정순남 목포대 교수=참여정부 시절부터 국가균형발전 또는 지역발전정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산업정책 측면에서는 산업부를 중심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4+9 시도지역전략산업을 바탕으로 수많은 지역특화센터가 구축됐다. 지역에서도 이들 인프라를 기반으로 연구개발, 기업지원서비스 등이 본격 추진돼 왔다. 인력양성 측면에서는 지방대학역량강화사업이, 공간정책 측면에서는 행복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사업이 추진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5+2 광역경제권을 중심으로 선도산업과 선도산업 인력양성사업 및 30대 선도 프로젝트 사업이 추진됐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TP를 중심으로 지역산업 정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 결과 지역에 상당한 인프라가 구축되고 지역전략산업에 대한 인력양성시스템이 구축됐다. 특히, 지역발전을 위한 상당한 정도의 산학협력시스템이 구축됐다. 다만 하드웨어 중심 투자의 결과 인프라 확충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나 소프트웨어 측면 보완이 필요하다.

수도권 지역에는 연구·인력 양성 기반이 있지만, 지방에 가보니 서울서 지원하는 연구개발 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이기 어려운 구조다. 지역산업정책은 지역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사회=지역정책의 실행, 지원기관으로서 1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테크노파크가 올해 신특화사업으로 인해 많은 변화(계획안 평가 예산 차등 배분, 사업공모제 도입 등)를 겪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점은.

◇장원철 전국테크노파크협의회장=TP 설립 이념과 본질적인 정책 기조는 TP 정책 도입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주변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만큼 TP를 거점으로 한 지역산업정책은 이제 토착화됐고, 지난 12년간 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사업 수행 기관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리 적응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지역 산업 흐름이 얼마나 순환되는지 봐야 하는데, 정부는 지난해 TP를 대상으로 과거 3~4년간 행적을 대대적으로 감사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TP를 범죄 조직마냥 비리로 몰아간 것은 문제가 있다. 산업정책 기조는 옳았지만 운영 면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하려다 보니 혼란을 겪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자체와 산학 간 좋은 큰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사회=지역평가원은 지난 정부 말 광역권 선도사업단에 테크노파크 평가단을 합쳐 새로 출범했다. 지난 5년간 성과와 평가원으로서 새로운 역할은.

◇윤상한 대경지역사업평가원장=지난해 4월 완료한 광역권선도사업 1단계사업은 단기간 권역별 집중투자에 의한 사업화를 추진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사업은 목표 관리 지향적으로 운영됐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 창출 효과에 대한 지표는 없었다.

2단계 선도전략사업은 1단계와 동일하게 목표 관리 지향적이지만, 아웃풋 위주로 관리한다는 게 특색이다. 광역권선도산업지원단은 올해 2월부터 테크노파크 평가단을 통합해 지역사업평가원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기존 지역평가 업무 일원화로 보다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기업 지원을 통해 시너지가 나야 한다. 서로 다른 조직 통합 과정에서 구성원 및 지원 업무 역할 조정, 평가단 사무실 통합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지자체, 유관기관 등과 긴밀한 소통도 이뤄져야 한다.

◇사회=지역 ICT 산업 육성과 기업 지원을 하고 있는 진흥원 역할과 성과에 대해 말해달라.

◇박광진 지역SW산업발전협의회장=크게 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역할과 성과를 이뤄왔다. 각 지역에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 조성과 관련 벤처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보통신부 시절 진흥원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함께 각 지역 IT·SW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해 소프트타운·실크로드·클러스터사업 등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교적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해 기본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이뤘다. 동시에 이 분야 창업전문 기관으로서 벤처 육성을 위한 다양한 기업지원 사업을 수행, 성장기반을 다져왔다고 생각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식경제부 시절에는 융합 사업을 수행, 실질적인 기업성장에 주안점을 두는 사업을 추진했다.

돌이켜보면 역대 지역 IT·SW산업 육성 정책은 지속성과 일관성에서 아쉬움이 크다. 정통부 시절 시행됐던 사업을 이명박정부가 이어받아 연계선상에서 구상하고 실천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다. 지경부가 기업성장, 시장에 초점을 맞춰 융합사업을 펼쳤지만 예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단계별 성과를 상승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로 관할 부처가 미래부로 바뀌었다. 창조경제 핵심 중 하나가 ICT 융합이고, 사업을 선도하는 기관이 미래부이기에 각 지역에서 진흥원이 핵심 역할을 했으면 한다. 인프라나 하드웨어를 배제하는 정부 정책이 옳기는 하지만 일부 수용할 필요가 있다. 또 광특예산 변경과 IT·SW 산업 육성 의지를 예산으로 보여야 한다.

◇사회=대학 또한 지역정책의 한가운데에 있다. R&D에 인력 양성, 창업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산학협력의 중요한 고리인 링크사업단의 역할이 무엇인지, 1단계 사업 평가를 해보면.

◇이계형 전국링크사업단장협의회장=산학협력선도대학(링크)육성사업 구성은 크게 비전, 시스템, 컴포넌트, 링크 4개 파트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사업이 추구하는 모델을 제 나름대로 정리하면 링크 `델타 모델` 정도로 생각한다.

첫째는 철저하게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지금 창조경제와 맞물린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브레인웨어로 발전하고, 창조경제시대에서는 네트웨어 시대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네트웨어다. 두 번째 구성 요소는 철저하게 현장을 지향한다. 기존보다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금도 해왔지만, 정말 현장 지향 중심으로 가보자 했던 것이다. 세 번째는 산학협력 DNA를 완전히 학교에 체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산학협력 사업은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대학의 컨센서스, 수용 없이는 불가능한데 산학협력 지향, 체질로 바꿔나가야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 상품,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우리 산학협력 모델이 외국 클러스터 전문가들도 배울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링크사업 지향점은 그게 돼야 한다고 본다. 해외에서도 배울 수 있을 정도의 모델이 돼야 한다.

사업이 정확히 반년 진행됐다. 근본적으로 1차연도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제도화하는 단계다. 대학 내 모든 평가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현장 밀착형 사업 되려면 네트워크 구성 인자를 모으는 것이 다 어우러져서 1차연도는 기반 조성기, 2차연도는 스핀오프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

◇사회=기관별로 여러 현안을 점검해보겠다. 산업부와 교육부는 지난해 광역경제권선도사업과 링크사업단 사업 주체들이 참여하는 산학협력 협약식을 맺고, 산학협력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일각에서는 당시 협약이 세리머니만 화려했지, 실질적인 사업 성과는 미진하다고 하는데.

◇정순남=지역산업 육성과 지역인력 양성의 문제는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운영주체가 다르고 사업내용, 평가기관이 달라 단시간 내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교육부의 링크사업은 산학협력을 심기 위한 DNA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볼 때 아직까지 형식적 사업이 많다.

특히 광역경제권선도사업은 3개 시도 중심으로, 링크사업단은 대학단위 사업으로 두 사업 간 지리적 행정적 범위가 다르다. 대학과 선도사업추진단 문화가 상이한 만큼 양 기관의 사업목표 및 사업추진 방식이 기본적으로 다른 데서 오는 문제점이 있다. 이상적으로는 두 사업을 통합, 운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도지원단을 링크사업에 넣어 한 기관에서 운영하면 엄청나게 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양 사업 연결고리가 기업인 만큼 기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계형=정부에서 혹여 그런 시선이 있었다면 정부 쪽 문제가 아니라 링크사업협의회나 지역사업평가단 문제다. 아웃풋이 미흡한 게 아니다. 산학협력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단기간 내 할 수 있는 게 없다. 단기간에 만들어내라고 하면 안 된다. 산학협력은 본질이 신뢰의 문제다. 특허, 기술이전, R&D 등 모든 부문에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 산학협력이라는 것은 계속 만나 프로세스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장원철=중앙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BK21, 산학협력중심대학, 누리사업, 광역경제권인력양성사업, 링크사업 등 다양한 산학협력사업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이는 대학 간 경쟁이지, 수혜기업에는 대학 잔치정도로 보이고 수행수단 정도로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잘 되려면 과거 모델을 깔고 가야 하는데, 과도한 경쟁에서 오는 손해가 너무 많다.

정부 정책이 계속 바뀌면 문제다. 일례로 교육부의 평가 방식과 대학의 평가 방식은 완전 다르다. 대학 기준에 맞추려면 논문을 많이 써야 하는데, 정부는 그게 아니다. 대학 전공 교수들이 현장에 맞게 탈바꿈해야 한다. 행정적 제도 또한 현장 목소리가 실제적으로 파급돼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박광진=지난 10여년간 산학협력을 해본 결과 궁극적으로 지향점이 다르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기업과 학교 간 목표 지향점이 다르다. 일을 공유하고 배분하는 문제가 당면한 과제다. 길게 가면서 장기적으로 레벨업하는 게 잘 안 된다. 대학에서 보유한 인력은 기초인력일 뿐 산업인력과 다르고,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인력이 아니다. 그렇지만 10여년 전의 산학협력에 비해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윤상한=그간 기업 애로사항을 공통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자원 없이 일만 해서는 아웃풋이 안 난다. 앞으로 링크사업단뿐만 아니라 대학 산학협력단과 해야 할 일이 많다. 그간 사업이 미흡한 게 아니라 아웃풋은 굉장히 컸고, 소통한다는 점은 나름 큰 성과다. 소통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서 협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대학별 링크사업단뿐만 아니라 산학협력단까지 참여하는 포괄적인 협력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사회=광역권 선도사업은 지난 5년간 성과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지역별 나눠먹기 식 사업이고 실질적인 수혜 당사자가 대기업, 중견기업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윤상한=일각에서 대기업에 퍼줬다는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목표지향적이다보니 대기업을 택한 것인데 실제 데이터를 보면 그렇지 않다. 1단계 사업성과를 살펴보니 중소기업 지원율이 75~85%나 된다. 테크노파크는 지금까지 지역산업 전반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면서 지원유형개발 및 지원방법 등에 전반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지역 기업지원 전 과정의 총괄적인 관리 및 플랫폼 기능 중심으로 특화해 지역산업 발전을 주도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원철=광역권 정책은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광역권정책과 지역전략산업정책을 포괄하는 일관성 있는 전략 수립이 없다보니 상호 연계성이 미흡하고, 산업 영역의 이관과 역할 혼란이 발생했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혼선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중앙 정부가 실행기관에 정책 연계성을 미리 예고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지속적인 사업군이 있는데 소프트랜딩이 없다. 딱 잘라서 혼란을 최소화하고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 생태계 고유 기능과 TP가 축적한 10여년간 역할을 어떻게 잘 조화롭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순남=광역선도사업과 관련해서 지자체 역할은 많이 줄었다. 3개 시도 합해서 사업을 하다 보니 지자체 매칭도 없었다. 선도사업 포괄 예산은 지자체 예산이 아니라고 생각해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링크해야 하는데 선도사업이 되면서 관심이 떨어져 버렸다.

선도사업은 규모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했는데, 지금 와서 정책이 바뀌다보니 TP 사업과 다른 점이 뭐냐는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회=지역사업 운영방식과 예산 관리체제에 변화를 줬는데, 효율성이 있는가.

◇정순남=솔직히 말하면 연구개발자금을 쓸 수 있는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 이 문제 때문에 중견기업과 대기업 중심 선도전략사업의 연구방향이 설정되었으나 아직도 지역 연구개발자금의 상당 부문이 중소기업 운영 자금 성격으로 쓰이고 있다. 링크사업과 선도사업 부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에 연구전담 요원 또는 전담 대학원생을 채용해야 한다. 이들로 하여금 중소기업과 함께 연구개발 및 사업화를 주도하도록 하면 경험도 축적되고 형식적인 R&D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남은 중견기업이 몇 개 없다. 예산을 포괄적으로 주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데, 칸막이 쳐서 주다 보니 어렵다. 작은 단위 예산이 필요하다.

◇윤상한=의도는 좋다고 할 수 있으나, 차등배분 방법과 차등률에는 지역 의견을 수렴한 후 추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전 협의하에 평가 지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평가는 단기간 내 만들어 평가했다. 기획을 할 때 시너지는 무엇이고, 고용창출 효과는 뭔지, 향후 지향점을 가지고 평가기준 만들어야 하는데 평가할 때마다 바뀌어 불만이 많다. 개선돼야 서로 신뢰할 수 있다.

◇장원철=신지역특화사업 진흥계획 평가 결과 정부가 주는 예산이 1등과 꼴찌가 무려 60억원 차이가 생긴다. R&D와 비R&D사업, 국비사업까지 지자체 매칭이 들어가는데 지자체가 기획하고 관심을 갖는 뿌리사업까지 공모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먼저 시행해보고 보자는 식이니 거꾸로다. 60억원 차이가 나는 평가 기준점을 왜 뒀는지 궁금하다. 효율성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기획만 갖고 평가하는 건 이유가 명백하지 않다. TP가 고유목적사업 추진을 위해 공모를 통한 경쟁 사업에 내몰리면서 거점 기관으로서 위상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가 슬슬 손 놔서 구조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게 사업비, 인력 등 규제로 들어오는데 대응도 못하고 있다.

신특화사업을 1년 겨우 했는데 예산 규모가 그렇게 나와 지자체 입장에서 뭔가 달리 대응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산업부가 상위법을 바꿔서 독립채산제로 가라고 할 것인지 이조차도 알 수가 없다. 지난 10여년 유지해오면서 TP를 성공모델이라고 해오다가 지금에 와서 이렇게 규제하는 것은 소프트랜딩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산업부가 지자체에 어떤 롤을 줄 것인지도 문제지만 상호 합의 없이 톱다운 방식으로 내려보내면 혼란스럽다. 지자체에서 매칭 자금을 줄이면 그동안 여기를 바라본 지역 정보, 자원들이 사장될 수 있다. 검토해 달라. 지자체 산업 기반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산업부 감사 후 지역TP 정관개정을 했는데 반응은 어떤가. 진흥원도 그런 경우가 있었지 않나.

◇장원철=개정된 정관은 특수성을 반영한 지역 컨설팅 등 중장기 비전이 상당히 부족했다. 개정이 부분적으로 빨리 일어나면서 행정 절차들이 큰 틀에서 한 번에 할 것을 조금씩 바꾸다보니 문제다. 심도있게 해야 할 것을 이렇게 처리해서 되겠냐는 시각도 있다. 소규모로 하려다 보니 사업적 측면, 제도 운영 측면의 기획이 필요하다.

◇박광진=TP사태로 지역 진흥원에게 미친 직접적인 여파는 없었다. 그 후 행안부가 공기관 관리 감독을 강화하려는 정관, 규정 개정을 요구해 일부 보완했으나 나중에 보니 규제 쪽으로 가더라. 행안부는 지경부보다 더 규제적이더라. 일부는 주무 부처였던 지경부 생각과 상충되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는 사업부서와 관리부서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이계형=거버넌스 문제에 대해서 너무 경직될 필요 없다. 융통적이고 경화된 것이 융화돼야 한다. 시대가 계속 바뀌고 행정수요, 보는 관점, 산업구조, 행정구조 변화된 요건을 거버넌스에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가면 일관성에서는 좋지만, 서비스 공급 기관은 유연하게 볼 필요도 있다. 다만 그런 유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수렴 절차를 거쳐서 변화 연습을 많이 하는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발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변화 방향은 누구든 알 수 없다. 다양한 견해를 수렴해서 거버넌스 등 광범위하게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정순남=감사 결과 가지고 시정 방향 정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나중에 전남TP 문제가 된 이유 봤더니 담당자가 분리 구매했다는 거다. 그래서 TP 정관을 여러 번 바꿨는데, 도청 공기업 평가 부서에서 타이트하게 정관을 바꾸다보니 일 못하겠다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감사받으면서 유연성이 떨어졌다. 부처와 기관이 모두 유연해야 한다.

◇사회=진흥원은 미래부가 ICT 거점, 창업과 일자리 창출 전초기지로 보고 있으며 이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현 정부에서 진흥원의 역할과 지역 ICT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박광진=창조경제의 두 축을 ICT와 과학기술이라고 보면, 각 지역에서 ICT 분야 전담지원기관으로서 진흥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가장 빠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즉, IT와 융합 환경을 지역특색에 맞게 조성하고 창조경제의 창업 아이디어 발굴, 창업·기업성장 지원 사업을 통한 고용창출 역할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산업 초기에는 인프라 중심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반을 구축했지만 이제 지역에 따라서는 지역 주도적인 역할 속에 성장해 가는 곳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지역별 현황 분석을 통해 지원 전략도 수준에 맞춰 2, 3단계로 구분, 지원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여겨진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보완과 강화가 필요하다. 예산규모가 너무 적어 기본적인 사업에만 그치고 있는 성장지원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 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융합사업 예산을 늘리고 선정 작업도 2년 단위가 아닌 상시체제로의 전환이 효과적일 것 같다.

지역의 창조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ICT 융합창조 클러스터 사업 추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창조적 환경 조성을 통한 창업 아이디어 발굴과 창업, 기업성장 지원을 위한 유무형의 네트워킹형 클러스터 △문화, 예술, 인문학 분야 등의 참여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창조환경 조성 △구성 주체를 중심으로 한 산학연관 협력의 맞춤형 협업 지원체계 △생활경제권 중심의 중추도시를 거점으로 한 수준별 클러스터 구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광역권 중심 사업은 사업수행에서 다시 생활경제권 중심으로 재분배되는 결과를 초래해 목적 달성이 어렵고 협업비용 과다 지출이 예상된다. 이를 보완하려면 세부 사업단위의 지원사업보다는 큰 틀에서의 지역 ICT정책이 필요하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도 광역권보다는 사업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한 지역 진흥원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회=신특화사업이 뿌리산업 지원과 관련해 일부 업무 중복성이 우려되는데 해결 방안이 있는가.

◇정순남=지역 불만 중 하나가 지역산업 유관기관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특화센터가 TP를 중심으로 개편된 바 있다. 신특화산업도 TP 자원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계형=중복은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 칸막이를 피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융·복합시대다. 어느 부처가 모든 것을 다하기에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정책과 외국 정책 차이점은 외국은 모든 정책을 생각할 때 탐색, 관리 비용을 우선시한다. 이게 해결된다면 중복돼도 문제없다. 또 하나는 예산 문제다. 특정 부처가 독점하는 정책은 필요 없다. 정책이라는 게 예산만 들어가지는 않는다. 예산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얼마든지 있다. 칸막이 친 정책은 매우 관료적이고, 나쁘다. 정책 선택권을 수요자에게 줘야 한다. 정책의 대원칙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수요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수요자에게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 투명성도 보장돼야 한다. 이걸 해결하려면 정부가 정책 경쟁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장원철=중복성, 차별성은 항상 문제가 많았다. 지원 타깃군을 잘 정하면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사회=지역산업 육성과 지역인재 양성과 관련된 사업을 광역권 내의 유관기관이 대부분 별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중복된 사업이 많은데.

◇정순남=정부 공무원 속성상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을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것이 속성이기 때문에 이를 일사불란하게 정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기관별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기능별로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기관에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관련 예산, 인력을 한데 묶어서 함께 박람회를 개최하면 규모의 경제도 갖추고 전문성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자체가 종합적인 정보를 갖고 있어 이를 조정하면 좋을 것이다.

◇박광진=세부 사업별로는 중복사업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기관별 전문성을 인정하고 목표를 이해하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기업이 다른 기관으로부터 유사한 지원을 중복 지원 받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은 검토돼야 한다. 기관별 네트워킹 및 커뮤니티 사업 활성화를 통한 정보 공유와 교류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사업기획도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또 이와 관련된 예산 편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회=정부의 지역산업정책이 부처별로 각기 진행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윤상한=지역에는 평가원, 테크노파크, 연구원, 중기청, 중진공 등 많은 기업지원기관이 있다. 지자체가 중심(중앙정부 지원)이 돼 이들 기업지원기관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 각 기관이 추진하는 업무를 체계화해 계획을 수립한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다.

◇정순남=새 정부에서도 그런 점을 우려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강조한 것이다. 지방단위로 내려오면 부처별로 사업이 내려오고 감독 및 평가기관도 다르기 때문에 집행도 제각각이다. 그렇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고 예산낭비 요인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중앙정부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협업이 중요하고, 두 번째로는 지방정부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지나치게 예산을 쪼개서 지방에 내려 보내지 말고 포괄보조금 형태로 주면 지방은 지역실정에 가장 알맞게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제 지방정부도 그런 역량을 갖췄다고 본다. 가장 유능한 인재가 지방공무원으로 채용되고 있다.

◇사회=앞 질문을 확장하면 지역정책과 관련 부처별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예상된다. 이러다 보면 불가피하게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데.

◇정순남=지역에 가장 많은 예산을 내려 보내고 있는 부처는 국토부, 복지부, 농림축산부, 문화부가 압도적이다. 산업부는 예산규모는 작지만 지역 산업연구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지자체가 선호한다. 지금까지는 산업 및 연구 관련 예산과 관련해 주로 산업부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다른 부처도 고유 사업에 대해 R&D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해 중복이 우려된다. 예를 들면 농생명산업에 대한 연구사업은 지금까지는 산업부 중심이었으나 최근 농림축산부가 연구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전남은 과거 산업부가 생물방재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최근 농림축산부가 곤충산업을 추진하면서 다소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관을 만들지 말고 기존 지역기반 TP, 농업기술센터, 대학 등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또 앞으로 미래부 역할이 지역에서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래부와 산업부, 교육부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상한=부처별 경쟁 부작용의 예가 중복지원인데, 단순히 지원유형 및 방법 차별화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 차원에서라도 통합된 기업지원 체계를 구축해 기업 성장단계에 따른 적절한 지원을 중복성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체계 구축을 위해 많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컨트롤타워 만들기에 앞서 오픈 마인드 및 파트너십을 살려 일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지역산업 활성화는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원활한 협력 방안은.

◇장원철=지역마다 처지가 다른 산업 생태계를 보고 배분하는 예산이 확보되길 바란다. 지역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가 가장 필요하다.

◇정순남=우선 기본적으로 지역발전정책이 다소 후퇴하는 느낌이 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국정과제에서 지역산업정책의 우선순위를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중앙과 지방 간 협력이 원활해질 수 있다. 광역경제권에 기반을 둔 지역산업정책은 행정 단위인 시도의 직접 참여를 제한해 지방 관심이 크게 떨어진다. 광역단위 공동 예산방식은 다소 효율적일지 모르나 지역 참여 열기를 식게 하는 문제가 있다.

◇사회=향후 전체적인 큰 틀 차원에서 지역산업정책은 어떤 방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업지원,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산업 활성화 정책 중심으로 말해달라.

◇박광진=집중을 통한 성장위주 정책 중에서도 일정 부분 균형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지방 주도 사업도 일정 분야나 일정 부분에서 역매칭이 가능한 예산확보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 이렇게 될 때 지금보다 더 지방 주도적인 산업 육성이 가능하고, 차별화된 지역 발전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윤상한=지금까지 지역산업정책 추진 및 운영에서 나타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 및 중앙에서 추진 기관과 관리기관간 공간을 아우르는 통합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 상하 관계가 아닌 추진 주체별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특수성을 최대한 반영한 차별화되고 특화된 지역산업 육성 접근이 필요하고, 재정지원 규모 자체도 지역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이계형=링크사업 성과 관리를 13개 핵심 지표로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취업률, 기술이전 등 다 들어간다. 이런 성과 지표만 갖고 하지 말고, 정성 지표(각 대학 특성, 지역 특성, 자율성)를 감안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중앙정부 재원이 문제인데, 방향은 포괄보조금 형태로 효율을 극대화해 나가는 게 답이다. 지방 특수성 제일 잘 아는 데서 해야 한다. 그게 참 숙제다.

◇장원철=정부의 광역사업, 지역사업이 일관된 관점에서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과 지방 정부의 자율적인 지역산업 정책이 어우러지고 테크노파크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 지역산업 발전의 미래상이다.

◇정순남=새 정부 들어서도 국정에서 차지하는 지역정책 순위가 낮다. 이를 높여주면 지역도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인력 미스 매치 문제를 해결해주려면 작업 여건을 개선하는 데 투자할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 투자 유치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전남은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다. 보조금만 낭비하는 기업이 많다. 따라서 현재의 지방투자 보조금을 2차 보전 재원으로 해 지방투자펀드 같은 것을 만들고 지방투자기업, 수도권이전기업에 장기 저리 융자금으로 활용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 R&D자금보다는 고질적인 중소기업 인력 미스 매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이다. 지역 투자 보조금을 최소한 10조원에서 20조원 정도 만들면 충분한 유인책이 된다.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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