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앞다퉈 도입하면서 데이터 이용료까지 낮추는 `음성-데이터 동반 인하` 경쟁에 나섰다.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가 나온 이후 매출 만회를 위해 데이터 이용료를 올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완전히 다른 행보다.
데이터 제값 받기보다는 사용량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향후 올(All) IP 기반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이 힘든 스스로의 난관을 만든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가뜩이나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는 출시 두 달도 안 돼 가입자 수 300만명을 넘어서 `통화는 공짜`라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이 13일 시작한 `장기가입자 데이터 무료 리필` 프로그램은 가입 2년이 지난 장기 가입자에게 연간 데이터 가격을 최소 25%, 최고 34%까지 할인해주는 것이 골자다. 데이터 리필을 받고 이를 모두 썼을 때 기존보다 데이터 이용료가 34%나 저렴하다.
통신 3사는 이미 같은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량을 조금씩 늘려왔다. 처음 롱텀에벌루션(LTE) 상품이 나왔을 때와 비교하면 패키지 요금제의 데이터 단가는 30~50%씩 떨어진 상태다. 음성통화가 사실상 무료화된 데 이어 데이터 가격까지 계속 떨어지는 `동반 저가행진`이 지속되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용량을 늘리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가입자 혜택을 늘려 경쟁사 이탈을 막는 동시에 자사 데이터망의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 단가를 올리는 것보다 향후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사용량이 늘어나면 설비 증설 등 투자비용도 발생하지만, 다양한 수익모델을 붙이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가 이달 초 내놓은 `LTE 맞춤형 특화 서비스` 등 통신사의 다양한 부가서비스 역시 데이터 제값 확보보다는 사용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클라우드 기반 내비게이션 `유플러스 내비`는 별도의 데이터 사용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인 모바일 IPTV `유플러스HDTV`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HD뮤직`도 최소한의 콘텐츠 비용만 받는다.
이 같은 데이터 이용료 인하는 단기적으로 가입자 편익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통신시장을 재편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통신료는 한번 낮추면 소비자 저항 심리가 생겨 향후 인상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3세대 통신 경쟁에서 무분별하게 도입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LTE에서 없애자 비난 여론이 비등하기도 했다.
이용료 인하는 `수익 악화→투자 여력 감퇴→서비스 질 저하`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합리적 가격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수요를 늘리면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전체적인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성-데이터 동반 가격 하락세가 과도한 출혈경쟁 수준을 넘어 새 서비스 발굴을 위한 투자 여력마저 잠식, 일종의 `통신비 치킨게임` 구도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통신사 요금제별 LTE 데이터 제공량 변화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