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부터 혁신해야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진정하기는커녕 파장이 갈수록 커질 조짐이다. 윤 전 대변인이 지난 11일 해명하겠다며 한 기자회견은 기름만 더 부은 꼴이 됐다. 그는 이남기 홍보수석이 `성희롱을 변명해봐야 납득이 안 되니 워싱턴을 떠나라`고 종용해 조기 귀국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청와대와 이 수석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만약 종용이 사실이라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스캔들을 무마하려고 청와대가 개입하고도 아닌 것처럼 호도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묵인 또는 방조를 하지 않았다 해도 청와대 홍보 라인을 이끈 두 인사가 서로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어느 쪽이든 비난의 화살은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때부터 잇따른 인사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불통과 고집` 인사는 결국 윤 전 대변인 경질로 이어졌다. 이젠 청와대 현 참모들의 진정한 보좌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까지 의심을 받게 됐다. 청와대에 새로 닥친 위기다.

더디 갔던 박근혜정부 경제살리기도 최근 추경 예산과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 한·미 정상 회담을 계기로 정치, 외교적 이슈도 정리해가는 참이다. 박 대통령 지지도도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이 좋은 흐름에 엉뚱한 사건이 찬물을 끼얹었다. 더욱이 청와대 내 문제점도 불거졌다.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박근혜정부가 또다시 정상 궤도를 이탈한다.

출범한 지 오래 안 돼 조금 이른 바 없지 않지만 박 대통령은 청와대 조직 전반에 걸쳐 혁신과 쇄신을 고민해야 한다. 이 정도로 여론이 심각하다.

박 대통령은 그간 공직 사회에 창조경제 시대에 맞는 혁신적 사고를 요구해왔다. 부정부패와 기강해이로 국민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정철학을 공유하지 않는 이들에겐 떠나라는 요구까지 했다.

청와대부터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책임감과 자부심도 없이 예사 관행에 머물면서 개인 영달만 좇는 이부터 청와대 바깥으로 걸러내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렇게 서둘러 혁신해야 청와대는 권위와 자신감, 그리고 좋은 흐름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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