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반도체, 혈액 속 염분 해결해야…상용화 시기 내년이후로 미뤄질 듯

갈길 바쁜 국내 바이오 반도체 개발 업체들이 혈액 속 소금(염분)에 발목이 잡혔다.

바이오 반도체는 피 한 방울로 암·바이러스 등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부품으로 최근 우리나라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지난해 전자통신연구원(ETRI)·전자부품연구원(KETI) 등 연구소뿐 아니라 아이엠헬스케어·퀀타매트릭스 등 전문업체가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상용화 기대감을 높였다.

Photo Image

1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이오 반도체 상용화 시점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시모스(CMOS) 기술력이 뛰어나 바이오 반도체를 올 상반기면 상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혈액 속 염분이 반도체에 노이즈를 일으키는 난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바이오 반도체는 유전자·암세포·환경호르몬 등이 특정 단백질과 반응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한 번에 두세 가지 질병을 파악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피코몰 혹은 펨토몰 수준의 소량으로도 질병을 검출할 수 있고, 10분 내외에 빠른 진단도 가능하다. 문제는 염분 등 노이즈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혈액 속 염분을 처리하거나 염분을 회피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당초 목표보다는 상용화 시점이 더 늦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혈액 속 염분을 처리하려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진단 성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바이오 반도체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아이엠헬스케어도 독일 프라운호퍼와 국내 대학 및 연구소에 샘플만 공급했을 뿐 양산에 돌입하지 못했다. 연구소들도 상용화 일정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반도체 조기 상업화를 위해서는 기술 난이도가 높은 의료용보다 식품·환경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 젖산·콜레스트롤 외에도 환경오염 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바이오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 반도체 전공의 한 대학교수는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뒤늦게 연구개발에 돌입했지만, 은나노와이어 등 특정 기술에 집중한 덕분에 CMOS 공정 기술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이제는 바이오 반도체 신뢰성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 창출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바이오 반도체 시장은 올해 70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15년에는 8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유럽이 세계 시장의 70% 이상 차지하는데, 최근 아시아 기업·연구소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