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용필과 게임, 그리고 어버이날

가수 조용필의 10집 앨범 무대를 보기 위해 온 40~50대 아주머니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오빠~`를 외치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기자에게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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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새 앨범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 유년 시절을 돌아봤다. 당시 기자의 마음을 뒤흔든 것은 방학 때 친척집에서 공수해온 8비트 컴퓨터와 카세트테이프 게임이었다. 수십분이 걸리는 로딩시간 때문에 밥을 먹다가도 로딩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려고 방을 들락거리며 설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동네 게임팩 대여점을 찾아내 아버지와 함께 게임 카트리지를 한아름 빌려 차례차례 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처음 게임을 알려준 사람도, 함께 즐긴 것도 아버지였다.

음악처럼 게임도 유년 시절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문화`다. 1990년대 생들은 주변에 `넥슨 삼촌`이나 `넥슨 이모`를 둔 친구를 부러워하며 `메이플스토리`나 `카트라이더`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쿠키런`이나 `윈드러너`로 반 친구들과 순위 경쟁을 하는 추억을 쌓고 있다.

신의진 의원이 게임을 마약·도박과 같은 중독류로 규정해 대표 발의한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로 국내 게임 업계가 분노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개개인의 특성을 분류하고 적절한 중독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부모 차원의 이해와 지도 노력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론이 부족한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노력보다는 당장 그럴듯해 보이는 규제만 보인다.

최근 한 게임사 대표의 자녀가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해외 패키지 게임을 국내 유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녀들도 게임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일이 바빴지만 교환일기 형식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자신감을 키워주는데 신경 썼다. 첫째와 달리 공부에 취미가 없고 문제를 자주 일으키던 둘째 자녀의 마음도 녹일 수 있었다.

“`게임을 열심히 한 학생이 하버드에 갔다`는 사례가 더 생기면 게임 배우기 열풍이 불지 않을까요?” 기자의 정말 우스갯소리에 대표는 답했다. “게임 중독의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아이의 내면에 있습니다. 게임을 방패삼아 도피하고 싶은 문제가 뭔지 부모가 알아내야 해요.” 게임으로 소통하는 방법도 있다는 얘기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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