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금 사용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급증한 현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심사숙고 중이라고 8일 보도했다.

1분기 실적발표에서 42% 순익이 상승한 삼성전자는 3월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가 400억달러(약 43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부채를 제외한 순 현금 자산만 31조원이 넘는다. 차이나모바일에 이어 아시아 2위로 지난 한 해 동안 현금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배당금 인상이나 자사주 매입, 기업 인수와 설비 투자 등에 쓰라는 압력이 높다.
증권사 샌포드 C.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많은 현금을 보유한 적이 없었다”며 “2015년 말이면 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금이 급증한 것은 스마트폰 사업 호조 덕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설비투자비용이 막대한 반도체와 부품 사업부가 주도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기존 사업보다 설비 투자비용이 적어 수익이 높다. 지난 1분기 모바일 사업부 영업이익은 전체 74%를 차지했다. 3년 전 1분기는 모바일 사업부가 25%, 반도체와 LCD사업부가 56%였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용도는 밝히지 않았지만 소프트웨어와 의료 장비 등 신 성장 사업 강화 인수합병에 쓸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은 “현금은 설비와 연구, 개발, 마케팅 등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데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처럼 주주 배당금 증액과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하라는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이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의 0.54%(8000원)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 순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2007년 15.8%에서 2012년 5%로 5년 연속 줄었다.
뉴먼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가까운 미래에 수십억 달러 규모 대형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2~3년 내 주주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조치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