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노기술원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소자기술을 한두 개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나노기술원은 이미 화합물반도체와 다이오드 등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임기 내에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김희중 한국나노기술원 신임 원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35년이나 근무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그는 `키스트 귀신`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주변 권유도 있었지만 기술원 설립 초기에 4년 남짓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그를 부추겼다.
김 원장은 “KIST가 로봇과 연료전지, 뇌연구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있는 것처럼 한국나노기술원을 특정 소재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관으로 육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자공학에 자석기술을 결합한 스핀트로닉스 분야를 개척하면서 지난 3년 사이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한 경험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연구 비중을 높일 계획입니다. 서비스는 한계가 있어서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 어렵습니다. 연구기능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연계해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자 합니다.”
그는 사람과 인프라, 자금을 꼭 갖춰야 할 3박자로 꼽았다. 이를 위해 그는 현재 20명 정도인 연구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 유수 인력과 연계한 연구개발을 적극 모색키로 했다.
기술원에 적합한 클러스터 MBE 시스템도 만들어 활용할 계획이다. MBE는 물질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다. 필요한 자금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대로 외부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연구팀 운영은 KIST에서 하던대로 대형 프로젝트에 7할, 개인 프로젝트에 3할을 투입할 예정이다. 외부 프로젝트 따면 개인 프로젝트 비중을 늘리고 없으면 줄이는 방식이다. 김 원장은 “이런 방식으로 15년 전 설립한 박막센터 직원 27명 가운데 본부장 7명과 CEO 3명을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나노소자 관련 기술은 지혜(Knowledge)를 담아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글로벌 마인드와 창의성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성취(Achievement)해 나가도록 하고, 내외부 네트워킹(Networking)을 강화해 글로벌화를 모색할 계획입니다. 특정 소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Competitiveness)을 갖추겠다는 구상도 같은 맥락입니다.”
KIST 경험을 살려 한국나노기술원에서 혁신적인 창조경제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한 운영계획을 그는 한국나노기술원 영문명칭인 KANC(Korea Advanced Nano Fab Center) 머리글자를 딴 사행시로 풀었다.
“노동조합과는 매우 우호적입니다. 노조 간부들과 만나 그동안 문제가 됐던 내용을 정리하고, 상의해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열리는 노조 총회에도 참석해 이 같은 뜻을 밝힐 예정입니다.”
김 원장은 전임 원장과 갈등을 빚었던 노조와 대승적 차원에서 상호 협조하기로 했다. 그는 “노조가 지난 2년간 붙여 놓았던 성명서를 자진 철거했고, 주말 워크숍 행사에 협조키로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며 빠른 정상화를 자신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