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이노베이션리더]문훈기 나누리병원 운동치료센터 실장

#고령으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김만복(73세) 할아버지는 최근 공기 좋고 공원이 많은 수도권 신도시로 집을 옮겼다. 이사한 첫 날 가장 먼저 집 근처 대형 운동치료센터를 찾았다. 새로운 운동치료사와 함께 향후 운동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치료사는 컴퓨터를 켜고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 건강관리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김만복 할아버지의 고유 아이디와 패스워드,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근력측정 수치와 병원에서 받은 운동치료 처방 등 건강관리 이력 데이터를 확인한다. 운동치료사는 이를 기반으로 과거와 동일한 운동치료 계획을 수립해 준다.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는 가상 이야기다. 이러한 가상 이야기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웰니스IT 활성화다. 웰니스IT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문훈기 나누리병원 운동치료센터 실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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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웰니스 활성화로 매년 큰 폭으로 급증하는 의료비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웰니스IT 분야 정책을 만들고 이끌 정부 기관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웰니스IT가 필요한 이유와 우리나라 웰니스IT의 현주소에 대한 문 실장의 설명이다.

웰니스는 의료(메디컬)와 운동(운동센터)의 중간 영역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전 예방이나 병원에서 치료 후 회복을 위한 서비스 영역이다. 특히 예방을 위한 서비스로서 역할이 크다. 문 실장은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의료비가 급속도로 늘어났다”며 “의료비 증가는 국민 개인의 비용부담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사회적 비용낭비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적으로 의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다.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예방에 중점을 둔 웰니스가 제시된다. 웰니스에 ICT를 접목해 국민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자신의 건강 이력을 관리할 수 있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웰니스IT 대표적 사례가 개인의 병원 처방, 근력 측정, 운동 방법 등을 국가 DB 서버에 저장, 언제 어디서나 조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보건소나 운동센터 처방과 운동 방안, 근력 측정 데이터를 서버에 전송하거나 조회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나누리병원 운동치료센터도 관련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특히 문 실장은 IT업체와 `운동기구를 통한 다관절 근력측정 및 측정 데이터 서버 전송시스템` 개발을 주도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쌓은 DB를 관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문 실장은 “현재 보건소나 운동센터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다 하더라도 무엇보다 DB 서버를 관리할 기관도 없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DB를 관리할 기관이 없어 국가적으로 공유하기 보다는 나누리병원 운동치료센터 자체적으로만 해당 회원의 건강관리 DB를 보유하게 될 뿐이다.

현재 근력측정 데이터를 보관하지 않다보니 운동치료사들이 데이터 기반의 운동치료를 처방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 실장은 “현재 가장 부족한 것은 근력 측정에 대한 이력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라며 “운동치료 대상자가 어떤 상태에서 어떤 운동을 해서, 어떻게 좋아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DB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 실장은 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건강관리 이력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툴을 병원이나 운동센터에 공급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민 건강관리 이력 DB시스템 구축·운영기관 선정과 함께 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데이터 표준화다. 몇 차례 표준화 논의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모두 시범사업에서 그쳤다. 역시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부처가 없기 때문이다. 증상과 운동 등의 명칭과 측정 방법·단위 등 모든 것을 표준화해야 한다.

문 실장은 웰니스IT에 맞는 콘텐츠도 개발한다. 맞춤형 메디컬 트레이닝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골다공증 환자가 병원이나 운동치료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PC나 TV, 스마트폰 등에서 볼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다. 프로젝트 역시 IT업체와 함께 진행하며 오는 6월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표준화된 메디컬 트레이닝 콘텐츠를 개발하면 잘못된 운동 정보로 인해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증상을 유발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운동 처방을 종이나 구두로 받거나 설명 듣던 불편함도 해소 할 수 있다.

문 실장은 웰니스는 가능한 병원과 분리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실장은 “웰니스는 병원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가능한 병원과 별개의 개념으로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전했다. 웰니스 활성화에 대해 일부 의사가 반발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가 모여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ICT가 각 영역별 소통의 플랫폼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문 실장 생각이다.

현재 웰니스 분야가 보험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보고 있다. 문 실장은 “공보험은 그렇다 하더라도 사보험에서는 웰니스를 포함해야 한다”며 “보험 지원을 통해 웰니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훈기 나누리병원 운동치료센터 실장은 1970년 출생으로 용인대 태권도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용인대 체육과학대 석사, 건국대 체육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우리들병원에서 운동치료를 담당하기 시작해 안세병원, 늘열린성모병원 등에서 실장을 역임했다. 선수트레이너협회(KATA) 학술분과 이사, 서울·인천·강서·수원 나누리병원 스포츠재활센터 총괄팀장, 한국운동역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건국대, 서울시립대, 단국대, 중앙대 등에서 스포츠과학 분야 강의도 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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