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통과 지연에 따른 새 정부 지각 출범과 공공정보화 예산 삭감으로 중소기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비용이 올해 들어 지급되지 않아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산하기관의 소속부처 변경으로 산업 활성화 정책도 대거 중단됐다. 대기업 참여를 전면 제한하는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을 시행, 중소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당초 정부 계획이 무색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 등 새로 출범한 정부부처의 업무가 안정화되지 못해 상당수 공공정보화 사업 발주가 미뤄지고 있다. 통상 정부는 IT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공정보화 사업 중 3분의 2 이상을 1~2분기에 발주한다. 그러나 올해는 예정된 공공정보화 사업 중 상당수가 아직까지 발주되지 않았다. 사업 추진 부처 내에서 업무 담당자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587억원 규모의 전자정부 사업도 최근에서야 사업설명회를 열고 발주를 시작했다.
중소 IT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 참여를 전면 제한하는 개정 SW산업진흥법을 시행했지만, 사업 발주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 공략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매월 지급되는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비용도 연초부터 3개월 동안 집행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정부부처 업무가 본격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대부분 중소기업은 금융회사 대출로 직원 월급을 줬다. 일부 중소 협력업체는 부도 위기까지 처했다.
공공기관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중소 IT기업 대표는 “공공기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업체 세 곳 중 한 곳은 지금 파산하는 분위기”라며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고 토로했다.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공공정보화 부문 등 정부 사업예산을 삭감한 것도 중소기업을 어렵게 한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공공정보화 사업 예산을 10% 줄이라고 정부부처에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유지보수 예산을 줄이기 위해 국산 SW 유지보수요율을 다시 낮추려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중소 IT기업 대표는 “겉으로는 국산 SW 유지보수요율 현실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산하기관의 소속부처 변경으로 시장 활성화 정책이 중단된 것도 문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관련 기관이 각각 옛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 소속에서 미래부로 이관됐다. 기존에 수립했던 각종 정보화산업 시장 활성화 정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공학센터는 산업의 데이터를 모아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플랫폼과 SW 개발 사업을 수립했으나 현재는 논의조차 중단됐다. 아직도 미래부 담당자가 결정되지 않은데다 예산 확보도 다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지각 출범에 의한 중소 IT기업이 겪는 어려운 점
자료:업계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