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14>월광 소나타는 있어도 일광 소나타는 없다

햇빛은 소풍 가고 싶은 마음으로 설레게 만들고, 달빛은 시인의 마음으로 감상에 빠지게 한다. 햇빛은 뭔가 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드는 자극제지만 달빛은 하던 일도 멈추게 만들고 감상에 젖게 만드는 묘한 마취제다. 자극제는 먹을수록 더 강렬한 생각과 행동을 촉발하지만 마취제는 맞을수록 더 맥을 못 추게 만든다. 햇빛은 일어나서 뛰게 만들지만 달빛은 앉아서 술을 마시게 만들거나 펜을 잡고 글을 쓰게 만든다.

햇빛은 만물을 소생케 하고, 달빛은 만물이 쉬어가게 한다. 햇빛은 강렬한 태양 에너지를 주어 모든 생명체의 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달빛은 아스라한 감성을 자극해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해보게 하는 성찰에 도움을 준다. 작렬하는 햇빛은 식어가는 열정에 불을 붙이는 자극제로 작용하지만 달빛은 꿈틀거리는 시심을 자극하는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는 있어도 일광 소나타는 없다. 일광(日光)에 비해 월광(月光)은 그만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창작열을 북돋우는 소재로 작용한다. 햇빛이 열정과 도전, 희망과 용기, 이성과 서사, 젊음과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에 달빛은 침묵과 고요, 위로와 격려, 감성과 서정, 반성과 성숙을 대변하는 말로 생각된다. 열정적인 노래, 희망과 용기를 주는 시, 젊음과 성장을 도와주는 글은 주로 햇빛이 비추는 대낮을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서 조용한 가운데 침묵과 마주앉아 듣는 음악과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시, 반성과 성숙을 촉구하는 글은 주로 달빛 소나타가 펼쳐지는 어둔 밤을 배경으로 탄생된다. 음양의 조화가 적절하게 어울릴 때 한 편의 감동적인 삶의 음악이 탄생된다. 어둠 속에서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은 밝은 빛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이 전제될 때 새로운 가능성의 선물을 가져다준다.

햇빛 같은 정열과 열정, 달빛 같은 감성과 훈훈한 정서가 어울릴 때 삶은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로 다가올 것이다. 햇빛 같은 열정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없고, 달빛 같은 감성으로도 한 평생을 살아갈 수 없다. 햇빛 속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달빛 속에서 시인의 정서를 키워나갈 때 균형 잡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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