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87만대 현대·기아차 리콜 사태의 교훈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한 순간에 나락에 빠진 일이 있다. 2008년 8월 가속페달 문제를 시작으로 결함부위와 대상 차종이 확대되면서 2010년 2월에는 리콜·수리 대상이 2009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에 이르렀다. 도요타는 사상 최대의 리콜사태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한 때 도요타에는 선진 생산방식을 벤치마킹하려는 기업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대량 리콜 사태는 세계 1위를 달리던 도요타뿐 만 아니라 일본이 갖고 있던 이미지도 함께 깎아 내렸다. 가속페달의 결함이 도요타에 급제동을 걸었고 치명적인 굴욕을 안겨줬다. 특히 도요타가 초기에 보여준 더디고 무책임한 대응은 `품질의 도요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데 한몫했다.

이번에는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187만대라는 사상 최대의 리콜 폭풍을 맞았다. 브레이크등 스위치와 에어백 결함이 원인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도 16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한 마디로 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연비 과장` 문제로 이미지를 실추했는데 이번엔 안전과 직결된 브레이크등과 에어백쪽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과거 도요타와는 달리 현대·기아차는 자발적으로 조사에 참여해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하기로 했지만 신뢰도 하락과 고객 이탈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이번 리콜 사태는 세계 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만큼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피땀 흘려 확대해 온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번 리콜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깨끗하게 인정하고 나선 만큼 앞으로도 의연하게 대처해 제2, 제3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 자동차 설계에서 부품조달, 완성차 조립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품질저하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요소를 없애는 등 품질관리를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한다. 이번 리콜 사태가 현대·기아차에 더욱 투명한 경영과 자동차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예방주사가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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