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50주년 기획]NRW 대표 히든챔피언-피닉스컨택트,액시트론,바이엘

독일이 유럽 경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바로 수많은 `히든 챔피언`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다. 본지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를 대표하는 히든 챔피언들을 직접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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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캐비닛 안에 적용된 피닉스컨택트 제품.

뒤셀도르프에서 차로 두 시간 반 정도를 동쪽으로 달려 도착할 수 있는 블롬버그(BlomBerg)에는 `피닉스 컨택트`가 지역을 대표한다. 전기 신호가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 사용되는 부품과 모듈을 만드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90년 전인 1923년 트램용 배선 터미널을 처음 만들면서 출발했다.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이후 세라믹 하우징을 사용한 모듈러 터미널 블록, 조립형 터미널 블록 등을 내놓으면서 발전을 거듭해 갔다. 지금은 전기 신호와 관련된 모든 부품을 망라한다. 배선단자부터 커넥터, 컨트롤러에 이르기까지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 수가 5만 가지에 이른다. 저가 경쟁제품이 무수히 쏟아지는 와중에도 전기 신호 연결과 처리의 안정성을 앞세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서 16억유로(약 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중공업이나 화학 공장 등 신뢰성을 최우선시하는 업계에서 인기가 높다. 제품 종류는 5만 가지가 넘지만, 기초는 하나다. 그러나 늘 혁신을 강조한다. 지금도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매년 내놓는 신제품 수가 1000여 가지나 된다. 제품이 많은 만큼 고객도 다양하다. 프랭크 아크만 아시아태평양 영업총괄은 “특정 분야 대형 기업의 수요도 많지만 전체 고객의 10%는 한 개 모델의 제품만을 사가는 기업이나 엔지니어”라며 “모든 산업에 걸쳐 수요가 고르기 때문에 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NRW 서쪽 끝 헤르초겐라트(Herzogenrath)에는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로 세계를 석권한 액시트론(Aixtron)이라는 기업이 있다. MOCVD는 사파이어 웨이퍼에 단결정 폴리실리콘막을 증착시켜 발광다이오드(LED)의 주 소재인 에피 웨이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핵심 장비다. 다른 후발 주자들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분야여서, 미국의 비코(Veeco)라는 기업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산학협력이다. 액시트론은 출발부터가 산학협력이었다. 아헨공대가 바로 지근거리다. 물리학자 홀거 쥐르겐슨 박사는 메이노 헤이옌 박사와 함께 아헨공대에서 처음 MOCVD 연구 시스템을 개발했다. 당시에는 수요조차 없었지만 오래지 않아 액시트론의 주 먹거리로 성장했다.

지금도 활발한 산학협력은 액시트론의 자랑거리다. 제품 테스트를 위한 공장 한켠에는 늘 대학 박사과정 학생들이 들어와 실험을 하곤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기술을 검증받을 수 있고, 액시트론은 기업이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의 연구를 함께 수행하는 효과를 거둔다. 액시트론은 LED 경기가 침체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전력반도체 증착 장비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제약 기업으로 유명한 바이엘(Bayer)이 독일의 신소재 산업을 이끄는 숨은 공신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회사는 110억유로(약 1조2258억원)에 달하는 한해 총 예산 중 무려 30%가량을 신소재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폴리우레탄(PUR), 폴리카보네이트(PCS), 증착·접착·특수소재(CAS) 등 소재별로 세분화된 3개 부서가 소재 과학을 연구한다. 신소재 발굴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미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바이엘은 독자 개발한 신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 시장은 서울 바이엘 이노베이션 센터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LG전자, KT 등과 함께 소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엑카드 폴틴 바이엘 크리에이티브 센터장은 “신소재 발굴과 융합을 통해 바이오 생체 기술, 나노 소재, 메가 시티 등 차세대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바이엘의 소재 사업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롬버그, 헤르초겐라트, 레버쿠젠(독일)=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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