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빛공장, 사람을 키우자

가속기는 빛을 이용해 물질의 미세세계를 관찰하는 첨단 설비다. 물질의 구조분석을 통해 신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핵심시설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 사이에 흔히 `노벨상 제조기`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는 1994년 포항에 방사광가속기를 준공,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 국가다. 2011년 3세대 방사광가속기 성능업그레이드사업까지 포함해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비용만 2500억원이 들었다.

당초 계획보다 1년정도 늦어졌지만 3세대 가속기 바로 옆에 4세대 가속기 건설이 한창이다. 총 사업비 4200억원이 투입된 이 가속기는 오는 2015년말 완공된다. 3세대와 4세대가속기를 합쳐 건설비만 8000억원이 넘게 투자한 셈이다.

4세대 가속기는 3세대에서 나오는 방사광보다 빛의 밝기가 100억 배나 밝다. 3세대는 원자나 분자의 정지상태만 관측할 수 있지만 4세대 방사광은 극초단 펄스형태의 광원이기 때문에 원자들의 동적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3세대 가속기에서 만족하지 못했던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 수요를 만족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3세대가속기 건설비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이유다.

정부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오는 2020년까지 대전과 부산 등 전국에 대형가속기 7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는 2017년 준공될 중이온가속기엔 4600억 원을 투입하고 오는 2016년에 가동에 들어갈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는 1950억 원의 예산을 들인다. 3140억 원을 투입, 지난 2006년에 착공한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시운전을 앞뒀다.

수천억 원의 건설비 투입을 무색케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가속기를 운용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선 가속기 각 빔라인을 운영하는 과학자(매니저)가 평균 5명이나 된다. 우리는 고작 1명 뿐이다. 3세대 가속기엔 30기의 빔라인에 매니저 30명이 일한다. 빔라인을 맡은 과학자들은 빔라인 이용자의 뒤치다꺼리 하느라 정작 자신의 고품질 연구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4세대 가속기도 마찬가지다. 건설 후 운용인력은 35명으로 확정됐다. 가속기 전문가들은 신규 가속기 운영인력과 빔라인 과학자를 포함해 최소 60명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3세대와 4세대가속기를 운용할 인력은 적게 잡아도 230여명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170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이다.

결국 돈이다. 정부가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가속기와 같은 거대과학 인프라를 재원이 약한 민간 대학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맡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하드웨어만 깔아놓고 노벨상이 나오길 기대해선 안된다. 고품질 연구를 할 수 있는 빔라인 활용 연구과학자를 양성하는 소프트웨어적 지원이 절실하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