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된 닭이 병에 걸리고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에는 시련을 견딜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없듯이 사육된 아이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내공이 없다. 비바람에 금방 쓰러지며, 혹한의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힘은 더더욱 없다. 온실 속의 화초는 지극한 정성과 관심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 자라지만 야생의 잡초는 오로지 스스로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한다.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면 휘어져 견디다 못해 꺾이고 부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러진 상처를 딛고 그 사이에 새순을 키워 다시 줄기와 자기를 키워낸다. 사람이 뽑아버리면 뿌리째 뽑히지 않고 숨어 있다가 다시 새순을 키워 살아난다. 뽑아도 다 뽑히지 않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원동력은 뿌리에서 나오는 경쟁력이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안 보이는 뿌리를 땅 속 깊이 다방면으로 뻗는다. 하지만 화초는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무너지고 상처를 받는다. 뽑으면 금방 쉽게 뽑을 수 있고, 뽑히면 그 자리에서 생명을 마감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혼자서 터득하는 것이다. 고치를 찢고 나오는 아픔을 견디고 나온 나비만이 무한 자유를 얻어 하늘을 날듯이 시련과 역경을 혼자 견뎌내고 마침내 아름다운 경력을 만든 아이만이 이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는 자기의 존재이유, 즉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힘겹게 고치를 찢고 스스로 나오는 나비를 누군가가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고치를 대신 찢어주면 나비는 금방 나오지만 나오자마자 나비는 죽는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 없이는 더 이상 성장을 멈추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스스로 깨뜨리지 않으면 깨진다. 깨지지 않으려면 먼저 나 자신의 고정관념과 타성을 깨부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날 때 어머니 뱃속의 탯줄을 끊고 세상으로 나왔듯이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학부모라는 주인의 보호막을 벗어나야 한다. 항구에 정박된 배는 안전한 항구를 떠나야 거센 파도를 만날 수 있다. 배의 존재이유는 항구에 정박하는 데 있지 않고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면서 항해를 하는데 있다. 항구는 안전하지만 항구에서는 큰 고기를 잡을 수 없다. 보호막은 따뜻하지만 보호막을 벗어나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박탈하는 악의 장막이기도 하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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