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가 전세계 TV 시장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주요 부품은 `메이드인 차이나` 또는 `메이드인 타이완`으로 교체되고 있다. TV 시장 침체와 더불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 때문에 TV 부품 업계가 앞으로 점점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화권 업체들이 디지털TV(DTV) 송수신칩 시장을 석권한데 이어 최근 페라이트 코어 등 소재 시장도 잠식했다. LCD 디스플레이와 구동칩 등 첨단 부품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국내 TV 세트 업체에 공급하는 전력변환장치의 주요 부품인 페라이트 코어 시장에서 국내 회사가 제외되고 중국 천통코어 등 중화권 업체가 장악했다. 지난 몇 년 전까지 국내 삼화전자, 영화훼라이트, 토다이수가 국내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3년 사이 중국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을 공략하면서 협력사들이 물갈이됐다.
이 때문에 삼화전자·토다이수 등은 모바일 등 다른 시장으로 업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 페라이트 코어를 아직 생산하고 있지만 이미 협력사 90% 이상이 중국 회사”라며 “업종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계 DTV 수신칩 시장 역시 중화권 기업 점유율이 이미 지난 2011년 기준 57.2%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대만 미디어텍과 엠스타가 합병한 뒤 거침없는 공세다. 지난해 기준 LG전자 DTV 칩은 미디어텍 의존도가 90%를 상회한다. 삼성전자 TV의 경우 60%를 웃돈다. 삼성전자·LG전자 모두 DTV 칩을 직접 개발했지만 여전히 대만 업체 비중이 높다.
올해 LC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중국·대만 패널 업체가 48.8%로 올라서며 처음 한국(45%)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올해 패널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 줄일 계획이다. 스마트패드용 고사양 디스플레이나나 대형 디스플레이로 전환하면 LCD TV 패널 비중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 시장을 중국 BOE·CEC판다, 대만 AUO가 채울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오픈 셀 방식이 확산되면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타이밍콘트롤러(T-con),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여타 주요 부품 시장에서도 차이완의 세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백라이트유닛(BLU)과 구동 부품 없이 LCD 셀만 공급하는 오픈 셀 비중이 올해 6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대만 DDI·T-con 업체인 노바텍·하이맥스가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디스플레이 반도체 업체들은 일부 물량을 제외하고 중국 시장 진출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에 T-con을 공급하는 티엘아이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등 신규 사업을 시도하고 있고, 디스플레이용 PMIC를 개발하는 실리콘마이터스 역시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칩을 개발하며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