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이제는 진짜 먼저 치고 나가기가 겁이 좀 나네요.”(통신사 관계자)
방송통신위원회가 14일 통신 3사에 53억원의 추가 과징금을 부과한 후, 지난 주말 통신시장은 차갑게 식었다. 지난 15일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번호이동 건수가 과열기준(2만4000건) 아래인 2만1000여건에 머물렀다. 총 66일의 영업정지기간 동안 번호이동 건수가 과열기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월 6일(2만3500여건) 단 하루였다.

◇보조금 일제히 `반토막`…휴대폰 50만원서 80만원으로
18일 업계에 따르면 주말부터 이날까지 통신사 책정 판매 장려금(보조금)은 방통위의 상한선 가이드라인인 대당 27만원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장 인기있는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의 경우 통신사별로 28만~30만원의 장려금이 책정됐다. 신규 가입자 모집금지 제재기간이었던 전 주말까지만 해도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 60만원 이상 보조금이 투입됐던 제품이다.
LG전자의 프리미엄 라인업인 `옵티머스G 프로`와 애플 `아이폰5`에 책정된 보조금도 대동소이했다. 옵티머스G 프로에는 35만원 안팎, 아이폰5에는 28만~30만원의 보조금이 책정됐다. 팬택의 `베가 넘버6`의 경우 이보다 조금 많은 37만원 정도의 보조금이 붙었다. 최대 100만원에 나오던 베가R3 보조금 40만원 선에 머물렀다.
할부원금 40만~50만원이면 살 수 있던 스마트폰의 시장 가격이 불과 일주일 만에 최소 30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차별 행위를 막기 위한 당국의 정책이 오히려 피해를 준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 모씨(50)는 “소비자를 위해 시장을 감시한다는데 나같이 이제야 약정이 풀리는 사람은 비싼 돈 주고 휴대폰을 바꿔야 하는 피해를 입게 됐다”고 토로했다.
◇“갤럭시S4 나와도 빙하기 유지될 수도”
통신업계는 얼어붙은 휴대폰 보조금 시장이 다시 가열될 시기를 이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4가 국내 출시되는 4월 말경으로 보고 있다. 통상 새 프리미엄 제품이 나오면 이를 기다리던 대기 수요를 선점하려는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갤럭시S4는 갤럭시S2·갤럭시노트 등 이제는 `구형`이 된 삼성전자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제품이다.
또 갤럭시S4에 묻혀 자사 제품이 재고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LG전자·팬택 등 제조사도 이 시기 적지 않은 보조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 보조금은 보통 통신사의 재고량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섣불리 보조금 경쟁을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강력하게 경고한 마당에, 보조금 전쟁 촉발 사업자로 새 정부에 `찍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의 경고가 워낙 엄중해 갤럭시S4가 얼어붙은 보조금 시장을 녹일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