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 재미있는 그림이 화제다. 일본 만화 `원피스`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대 수학의 시대`란 그림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프랑스 천재 아마추어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 그가 산술의 여백에 남긴 한마디는 세계 수학자를 증명의 바다로 향하게 됐다. “n이 2보다 클 때 Xn+Yn = Zn은 정수해(整數解)를 갖지 않는다. 나는 이 명제에 관한 놀라운 증명을 찾아냈으나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는다.” 수학자들은 이후 357년이 지나고 나서야 증명될 페르마 최후의 정리에 낚이고 만다.
수백 년 동안 많은 수학자가 이 명제를 풀기 위해 증명의 늪에 뛰어들었다. 한때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문제란 의미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란 표현이 쓰일 정도였다.
만약 17세기 최고 수학자로 뽑히는 사람에게 저녁 초대를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영광의 순간일 것이다. 물론 그는 이미 존재 하지 않지만 수학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스페인 영화 `페르마의 밀실(Fermat`s Room, 2007)`은 수학에 푹 빠진 4명이 받은 페르마 초대장으로 시작한다.
페르마 밀실의 스토리 전개 방법은 단순하다. 초대받은 4명은 어떤 연유였는지 1분 안에 수학문제를 풀지 못하면 결국 죽게 된다. PDA를 통해 문제가 전달된다. 벽 한쪽에는 문제를 풀기 위한 커다란 칠판이 하나 놓여있다. 문제가 도착한 후 60초 후 답을 입력하지 않으면 4개 벽이 조여든다. 페르마의 밀실은 대형 압축기가 격자를 교차하는 형태로 벽을 밀어 안에 있는 4명을 압사 시키는 구조다. 관객은 꽤 난이도 있는 문제를 함께 풀면서 조여드는 벽에 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자체는 `골드바흐 가설 증명`을 둘러싼 수학자의 욕망을 담았다. “페르마 정리도 모르는데 골드바흐 가설은 또 무엇인가” 할 수 있겠지만, 영화는 357년 동안 페르마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수학자들의 시간과 노력, 희망과 절망을 88분에 담았을지도 모른다.
1742년 프러시아 수학자 크리스티안 골드바흐는 `오일러 공식`으로 유명한 레온하르트 오일러에게 한통의 편지를 보냈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눠 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의 합으로 표현 가능하다` 실제 골드바흐가 보낸 편지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개념의 차이로 오일러가 좀 더 매끄럽게 정리한 것이다. 문장 표현이 어렵다면 다음 식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2보다 큰 짝수)=2(소수)+2(소수)` 다른 짝수로도 마찬가지다. `6=3+3` `8=5+3` `10=3+7` `12=5+7`…
골드바흐 가설은 수를 더하거나 나누면 결국 1이 된다는 `우박수`처럼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계산해봤지만 결국 증명할 수 없었다. (본지 1월 11일자 `그을린 사랑`편 참조) 영원히 풀리지 않는 명제에 대해 수학자들은 어떤 욕망을 품는 것일까.
지식에 대한 소유와 욕망은 분명 발전과 진화를 불러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모두가 지식욕에 근거해서 행동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 욕망이 과녁을 빗맞으면 비뚤어진 집착으로 변질 될 수 있다. 그리스어로 죄(Sin)를 뜻하는 `하마르티아`는 `표적에 벗어나는 것` `잘못`이란 의미에서 유래됐다. 영화 `페르마의 밀실`은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잘못된 집착을 경계하라고 관객에게 말한다. 4명을 초대한 영화 속 `페르마`는 최후에 “내가 진정한 1인자였어”라고 말한다. 1등이 되고 싶다는 지식욕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p.s. 1994년 앤드류 와일즈 미 프리스턴대 교수가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했으나 지면이 부족해 적지 않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