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신창훈 차후 회장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차후`. 한글 이름만 들어서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차후(此後)는 `지금부터 이후`라는 뜻이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신창훈 차후 회장(57)은 거리낌없이 “미래를 이롭게 하는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미션도 `사람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제시`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지만 자칫 꿈이 지나치면 현실에서 멀어지고 공상에 가까워 진다. 신 회장은 오히려 꿈을 잊지 않았고 도전을 즐겼기에 성공적인 변신이 가능했다. 제조업에서 생면부지 IT쪽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겨 IT컨버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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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차후는 중소기업이다. 그것도 첨단기술과 전혀 관련이 없는 건설 현장에서 흔히 쓰는 파이프가 주요 사업 품목이다. 2004년 설립해 파이프 제조 외길을 걸어 왔다. 전국에 50개 지점, 270개 영업 대리점을 둘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시장 자체가 성숙돼 기회와 위협 요인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편하게 말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지만 신 회장은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 기술흐름도 빠르고 시장 경쟁도 치열한 IT분야에 도전장을 던졌다. 3년 전 일이다. 연구소를 책임지는 구승엽 대표도 이맘때 영입했다. 구 대표는 한글과컴퓨터·미라클 등을 거친 베테랑 IT전문가. 신 회장은 “제조 이외에 다른 일을 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기술로 승부하는 사업에 끌렸다” 며 “때맞춰 구 대표를 만난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확실히 IT는 제조와 180도로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용어 조차도 낯설어 이해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IT가 산업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IT에 `필(Feel)`이 꼽힌 신 회장은 워밍 업 기간이라고 했지만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긴 호흡에서 신규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회사 비전도 그린 스마트 기술과 생활 인프라 융합 서비스 선도 기업으로 바뀌었다. 부설연구소를 중심으로 수십개에 달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자회사도 3곳 설립했다. 연구소 인력도 초기 5명에서 지금은 45명까지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상·하수도, 전기, 통신, 가스, 송유, 열난방 등 7대 지하 매설물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관거 관리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이미 상용화에 성공해 국내 뿐 아니라 수출까지 진행 중이다. 에너지 절감시스템도 올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출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회사가 개발한 제품도 연착륙했다. 라온모빌리티가 선보인 블랙박스는 차선이탈을 자동으로 알려 주는 방지 시스템을 탑재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차선, 보행자, 전방 차량 인식 기능을 추가해 지능형 스마트 블랙박스로 새 시장을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관행처럼 이뤄지는 스펙 위주의 채용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스펙타파 시스템도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모전을 진행해 새로운 인재 개발 모델로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스펙타파는 수익 목적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분야다.

신 회장은 “기업은 생존이 목적이지만 그렇다고 수익만 챙기는 건 시대에 맞지 않다” 며 “시장과 산업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차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IT로 우리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분야를 계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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