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에는 `천하 만물은 유에서 생겨나고, 유는 무에서 생겨난다.`는 말이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무중생유(無中生有)`다.
13일 새 정부를 이끌어 갈 20명의 차관 인사가 발표됐다. 미래창조과학부 인사는 빠졌다. 여야 간 공방으로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종훈 내정자 사퇴로 장관도 없는 마당이다.
새 정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래창조과학부는 대통령 취임 이후 20일이 넘도록 없는 부처가 됐다. 장관도 차관도 없고, 부처마저 없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정권 출범 전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기존 교육과학기술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의 과학기술과 ICT 관련 기능을 통합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됐던 부처다.
부처 업무조정 과정에서 새 정부 선거 당시 공약이나 인수위원회 초기 발표 내용과 달리 업무영역이나 그 위상이 많이 흔들렸다. 당초 미래창조과학부 집중이 예상됐던 정부 R&D예산 중에서 산업기술 R&D는 여전히 지식경제부, 기초 R&D는 교육부 등으로 분산됐다.
지식경제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오겠다고 신청한 과장급 이상 공무원도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여의치 않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힘이 많이 빠진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창조과학부는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부처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부처 개편 과정과 정치권의 공방 속에 누더기가 된 미래창조과학부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야 한다. 그러려면 뭐라도 있어야 한다. 아무 것도 없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무중생유`는 도덕경에나 존재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