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전기차 보급사업은 민간시장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2년간 보급사업 경험을 관련 업계와 공유하면서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14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전국 지방단치단체와 공공기관 담당자 130여명을 대상으로 `2013년 전기차 보급 기본 계획` 설명회를 개최한다. 2011년부터 추진해온 보급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 운영에 관한 현장의 애로를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보급 활성화를 통한 민간 시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박광칠 환경부 전기차보급팀장은 “올해는 전기차 보급 정책에 수정·보완이 필요한 시점으로 이번 설명회는 실제 수요층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다”며 “상용 보급을 목표로 개조 전기차나 저속 전기차 등 구체적이면서 시장 친화적인 사업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환경부 전기차 보급 계획을 포함해 전기차 활용에 따른 경제성·친환경성·에너지 영향 분석, 국내 전기차 충전기 기술 트렌드와 해외 전기차 시장 동향 등의 전문가 발표로 진행된다. 15일에는 기아차의 전기차 운영 계획 및 전략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부터 출시되는 르노삼성·GM·BMW 등의 신형 전기차가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 2년간 사업은 민간시장 토대 마련=정부는 지난 2010년 환경부·지식경제부·국토부 합동으로 전기차 개발 및 보급사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와 소형차의 10%를 전기차로 운행하는 `그린카 4대 강국 달성`을 비전으로 정했다.
환경부 주도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기차와 충전기가 각 1091대와 1061기를 보급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 제주실증단지와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을 포함하면 국내 운영 중인 전기차는 1200대가 넘는다. 이는 정부 보급사업 2년만의 성과로 전기차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민간시장 참여를 이끌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더욱이 기아의 전기차 `레이` 한 종류로 대부분의 보급사업을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차종이 대폭 확대되는 올해는 보다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가 가장 많이 보급된 지역은 서울과 제주도로 전체 50%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시는 높은 인구 밀도에 따른 친환경 정책을, 제주도는 관광 산업에 전기차를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할인점과 공용주차장에 비상용 급속충전기 80기를 구축해 활용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서울시와 제주도는 민간업체와 협력해 전기차를 이용한 카셰어링 및 렌터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올해 27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민간 시장참여를 유도한다. 예산은 지난해 800억원에 비해 턱없이 줄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보조금을 줄이면서 각종 서비스 산업을 통해 공공시장에서 민간시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박 팀장은 “국내 승용차 등록 대수가 1300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1%에도 훨씬 못 미치지만 전기차의 필요성 인식이 고조되고 있다”며 “올해는 보급 차종이 1종에서 3∼4종으로 확대되고 민간 보급도 일부 시작되기 때문에 전기차 상용화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상용보급이 핵심=올해 처음 민간을 대상으로 전기차 보급사업이 진행된다. 고가의 전기차와 충전인프라를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선보이는 전기차종이 다양해져 민간시장 활성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환경부는 상용보급 시범도시 3∼4곳을 선정해 민간 보급에 나선다. 지자체 실정에 맞는 보급모델을 개발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보급 사업은 지자체에서 이달까지 접수를 받아 내달부터 시행하며 민간 소비자는 지자체를 통해 차량을 구입하고 충전설비도 갖출 수 있다. 환경부는 올해 50∼100대의 전기차 보급을 검토 중이며 전기차를 구입할 경우 전기차 1대당 1기의 완속충전기도 무상으로 지원한다. 여기에 추가로 제주도는 일반인과 도내 기업을 대상으로 전기차를 보급한다. 제주도청은 약 300대의 전기차와 완속충전기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올해 처음으로 민간 대상 전기차 개조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기존 내연기관 트럭인 한국GM의 `다마스`와 `라보` 등 소형 상용차를 전기차로 개조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영세 중소상공인의 경제성과 친환경 정책이 맞물린 현실적인 전기차 모델로 평가된다.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보급 사업이 소형트럭 전기차 개조 지원 사업이나 실제 구매를 원하는 민간으로 확대되는 건 반가운 일”이라며 “전기차 산업에 대한 바른 이해와 시장 공감대 형성에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인프라 업그레이드=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대부분의 고객은 충전인프라 부족을 가장 우려한다. 환경부는 민간 충전인프라 확대 측면에서 전기차 충전인프라 개선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당초 계획은 공공 충전인프라는 환경부, 민간충전서비스는 지경부가 담당해 민간 충전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민간 충전서비스가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장기적인 검토가 요구되기 때문에 환경부로 무게가 실린 것이다.
환경부 주도로 기존에 구축한 충전기는 향후에 출시하는 전기차와 호환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자유로운 충전기 이용을 위해 사용자 인증 등 서비스도 개선한다.
보급사업 초기에 완속충전기는 차량 1대당 1기를 보급했지만 기관별 차량대수와 충전환경에 따라 충전기 수는 줄이고 급속충전기 등의 비상 충전인프라를 확대한다. 소비자 접근이 용이한 대형마트, 공영주차장 등에 구축 확대를 꾀한다.
급속충전기 공공충전인프라도 대폭 개선한다. 급속 공공충전인프라 1차년도 사업(전국 80개소)을 완료했으며 이미 보급된 현대·기아차 모델에 맞는 충전규격도 개선할 방침이다. 2차년도 공공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전국 100개소)은 향후 출시예정인 전기차 충전 규격에 부합시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중에 전기차와 충전기 제작사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뒤 보급 대상 충전기 규격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공청회에서는 이미 구축한 공공충전망도 범용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대폭 개선한다. 전기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활용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전국 단위 전기차 충전인프라 종합정보시스템 시범 구축에도 나선다. ICT를 활용해 충전기 활용을 적극 유도하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현재 실증용 충전정보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향후 전기차와 충전인프라 확충을 고려해 공공 충전 인프라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원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충전정보시스템 운영으로 전기차 운전자는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충전 인프라부터 개인 차량 등의 각종 정보를 서비스 받는다.
박 팀장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가 충전인프라 부족을 가장 크게 꼽고 있어 기존 충전인프라는 대폭 개선해 활용도를 높이고, 향후 구축될 인프라는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충전기 성능도 대폭 향상돼 완속충전기의 경우 현재 5시간에서 2015년에는 3시간 내 충전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보급대상 차량가격 및 보조금 지급 계획 (자료 : 환경부)
표// 2011년 세계 전기차 판매현황 (단위:대)
표// 국가별 전기차 보급 지원정책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