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1급수 공직 후보

바둑 급수엔 18급부터 최고 등급인 1급까지 있다. 1급은 아마추어로 오를 수 있는 최고 수준이다. 프로는 1단부터 9단까지다. 몇 십 수를 내다보는 프로 9단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여 `입신`이라 부른다. 바둑에서 급수를 올리려면 각종 사활 등 정석을 익히고 다양한 대국 경험을 쌓아야 한다. 바둑에 입문해 1급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다.

급수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따지는 분야는 자격증이다. 조리사는 2급부터, 컴퓨터는 3급, 정보처리산업기사는 4급부터 시작한다. 9급부터 주어지는 악기 기능 자격에서 1급은 최고 전문가로 쳐준다.

공식적으로 1급이 최상위이지만 특급을 부여하는 곳도 있다. 호텔 등 편의 시설에서 자주 쓰인다. 1급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만 더 이상 붙일 급수가 없을 때 상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급수는 사람이나 자격증으로 치면 그 분야에 있어 경력, 또는 실력을 입증하는 척도다. 물질이나 상품으로 치면 품질 등급을 나타낸다.

고위 공직자의 인사 검증에 이 같은 급수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교통법규 위반은 -1점, 위장 전입이나 부동산 투기는 -3~-5점, 탈세는 -10점 등으로 수치화해 후보자 등급을 나타내는 것이다. 자주 사용하는 수질 급수에 대비시켜 보면 1급에서 5급까지 후보자의 자질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행 수질 급수 구분과 사용 범위는 이렇다. 1급수는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1PPM이하로 간단한 정수 과정을 거쳐 식수로 사용한다. 2급수는 BOD 3PPM 이하다. 물로 약품 처리나 끓이면 식수로 사용 가능하다. BOD 6PPM을 기준으로 3급수 이하는 먹을 수 없는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쓴다.

고위 공직자 청문회 때마다 편법이나 비도덕성을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매번 가치관에 혼란을 일으키게 만든다. 바로 식수로 쓸만한 `1급수 후보`를 찾기 힘든 것도 그 등급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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